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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진행 속도 빨라… 유방 먼저 떼내고 출산 뒤 항암치료를임신중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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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05-30

 

진행 속도 빨라… 유방 먼저 떼내고 출산 뒤 항암치료를임신중 유방암

 

▲ 문병인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장

 

만삭인 32세 여성이 유방 모양이 양측이 다르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검사해 보니 유방암 3기였다. 병원에 오기 6개월 전부터 왼쪽 유방에서 혹이 만져졌다는 그는, "나이가 어려서 유방암은 꿈도 못 꾸고 임신 증상이겠거니 했다"며 펑펑 울었다.

 

우리나라 전체 유방암 중 20%는 20~30대 젊은 여성에게 생긴다. 이는 서구 국가보다 4배 높은 빈도이다. 한국 여성의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 중에 유방암에 걸린 줄 모르고 방치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를 적잖게 접한다.

 

임신 중에 발병한 유방암은 진행 속도는 빠른데, 진단은 늦어진다. 아기를 가지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고, 유선 조직이 발달하면서 유방이 부풀어 오른다.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의 영향, 암세포가 자라기 좋은 상태로 발달한 유선 조직, 유선 조직 발달에 따라 증가한 혈류량 등 세 가지 요인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빠르게 자라고 전이될 가능성도 커진다. 아기를 갖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방 조직이 급속도로 발육하기 때문에, 임신 초기를 지나서 생긴 유방암은 정상 유선조직에 가려 크기가 커도 감별이 매우 어렵다.

 

임신 여성의 유방암 치료는 난감한 경우가 많다. 암세포로 목숨을 위협받는 엄마와, 세상에 태어나야 할 태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는 임신 시기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도 암세포가 태아에게 전이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는 임신 중절을 권한다. 이후 일반적인 유방암 치료 원칙에 따라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호르몬 억제요법 등 복합 치료를 시행한다.

 

임신 중기와 후기에 발견되면, 우선 수술로 유방을 절제한 뒤 아기를 낳게 한다. 유방을 보존하려면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는데, 임신 중에는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다. 출산 후에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호르몬 억제요법 등의 보조 요법을 추가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아기 엄마의 선택이 우선이다. 임신 초기라도 출산을 꼭 원하면 우선 유방절제술을 하고 아기를 낳은 뒤에 보조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임신 중에 유방암에 걸리면 아기를 포기해야 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 유방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조기 검진이 가장 중요하다. 아기를 갖기로 결정하면 반드시 유방암 자가 검진을 하고, 산전 검사를 받을 때 유방초음파 검사를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유방초음파 검사는 몸에 전혀 해롭지 않아서, 임신 전후에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