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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윤하나 건강 칼럼]‘바바리맨’은 여자마음 모르는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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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0-11-12



[윤하나 건강 칼럼]‘바바리맨’은 여자마음 모르는 바보들


남자는 눈으로 보면 흥분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아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남자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르고, 사랑에 있어서도 원하는 바가 다르다. 남자와 여자에게는 각각 다른 여섯 가지 독특한 사랑의 욕구가 있다. 남자는 근본적으로 ‘신뢰, 인정, 감사, 찬미, 찬성, 격려’를 필요로 하고 여자는 ‘관심, 이해, 존중, 헌신, 공감, 확신’을 얻고 싶어한다.”

 

수많은 ‘화성 남자-금성 여자’ 시리즈를 만들어 내며 세상 남자와 여자들의 끊이지 않는 사랑싸움에 현명한 해결법을 제시한 존 그레이 박사가 강연에서 한 말이다.

 

남자와 여자는 분명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다르게 산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게 만드는 신체 구조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살면서 걸리기 쉬운 병, 어떤 병에 걸렸을 때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도 다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남자와 여자가 성생활 면에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성의학 연구 초창기 시절, 미국의 어느 대학 심리학 수업 시간에 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성적 판타지를 써 내라’고 과제를 줬다.

 

그 결과는 흥미로웠다. 남학생들은 보편적인 남성의 성적 판타지로 ‘터질 듯한 가슴, 가냘픈 허리를 가진 미인과 동물적인 섹스를’, ‘풍만한 글래머에다 어여쁜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떼거지로 나를 숭배하며 그녀들과 하룻밤을’, ‘나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아름다운 여인과’ 등등을 써냈다. 대체로 닥치고 나랑 해! 내 능력을 보여주마! 식의 거두절미하고 행위에 집중하는 묘사들이었다.

 

여학생은 좀 달랐다. 대체로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따스한 벽난로 앞, 와인 잔을 앞에 두고 포근한 양털 카펫 위에 그와 내가 함께 있고, 부드럽게 안아주고 키스하는…’ 등.

 

많은 학자들이 이런 남녀의 심리적·성적 차이가 신체적인 반응에도 영향을 줄 것인지를 연구해왔다. 필자는 최근 연구에서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며 (연구 당시) 투약이 필요한 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성인 남녀 각각 10명(20~39세)을 상대로 2가지 성적 자극(Audio-visual stimuli, AVS)을 주면서 대뇌 피질의 활성화 정도를 기능적 뇌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촬영해 살펴봤다. 성적인 영상, 소리에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실험이었다.

 

 

실험 참여자들은 뇌 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받는 동안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두 가지 시각적 성(性) 자극을 받았다. 첫 번째 영상은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비교적 노출이 적은 에로틱 영상이었고, 두 번째는 노골적인 성행위를 보이며 노출 정도가 심한 영상이었다.

 

검사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첫 번째 영상을 시청할 때 대뇌 피질이 활발히 반응했다. 특히 대뇌 피질 중 측두엽, 변연계, 후각 고랑에서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 측두엽과 변연계는 사람의 기억, 감정, 성욕과 식욕 등 복잡한 사람의 감정과 행동의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부위다.

 

반면 남성은 노출이 심하면서 노골적 성행위를 보여주는 두 번째 영상에 대해 대뇌가 보다 활발히 반응했다. 또 여성과 달리 전두엽과 후두엽이 활발했다. 일명 '뒤통수엽'으로 불리는 후두엽은 대뇌의 가장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눈으로 들어온 시각 정보를 분석해 눈으로 본 물체의 모양이나 위치, 운동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을 한다.

 

결론은 ‘남자와 여자는 더 좋아하는 성적 자극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좀 더 직접적인 자극들에 더 빨리 반응한다. 즉, 눈앞에 보이는 것에 더 활발히 반응하며, 그래서 남자들이 야동을 더 즐기는가 보다.

 

이에 비해 여자는 비교적 그 상황에 자신을 몰입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자극에 더 빨리 반응한다. 눈 앞에 보이는 자극보다는 피부에 느끼는 감촉, 들리는 소리, 향기 등에 더 먼저 반응한다. 즉 여자는 그 상황의 분위기가 반응의 정도를 더 조절한다.

 

이렇게 남녀가 다르니 잠자리에서 남자는 불을 켜고 싶어 하고, 여자는 눈으로 보기보다는 분위기를 느끼고 싶기 때문에 불을 끄느냐 마느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들이 부부간의, 커플간의 잠자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이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거나 불만을 속으로 삭여 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결국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은밀한 성생활에서도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이런 차이를 잘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해 준다면, 화성과 금성의 충돌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도 무색한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