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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말을 해야 알지···” 초기 자각증상 없는 비뇨기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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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0-09-09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말없이 괜히 잘 삐치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다.(아~ 오해는 하지 말자. 당연히 결혼 전의 상당히 오래된 이야기다)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져서 보면 뭔가에 화가 난 상태다.

왜 그런지 알아야 풀어주든지, 변명을 하든지 할 텐데 그전까지 전혀 내색이 없다가 갑자기 화를 낸다. 그러고도 왜 그런지 이유는 고사하고 아무 말도 않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왜 그러니? 내가 뭘 잘못했어?”
“몰라······.”
“얘기를 해봐······. 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
“에휴~, 도대체 왜 그래?”
“······.”

요즘 같으면 롤러코스트의 ‘남녀탐구생활’이라도 참고하련만 당시는 그저 답답하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말을 해야 알지, 아니면 삐치지를 말든지······.

이처럼 비뇨기과질환 중에서도 아무런 내색도 없이 발병하고 또 어느 정도 진행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질환이 있는데 바로 전립선암과 신장암이다.

전립선암은 남성의 대표적 암이라 할 정도로 흔한 암으로 미국의 경우 암 발생률 1위와 암으로 인한 사망률 2위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전립선암의 가장 큰 문제는 특징적인 초기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암인데 전립선 부위에 독특한 통증이나 출혈 등이 있을 법한데 전혀 없다!

특히 중년 이후 남성에서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전립선비대증이 워낙 흔하다 보니 전립선질환에 대한 걱정들은 많이 하지만 정작 전립선암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최근에는 이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건강기능식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어 불편하다고 생각되면 병원을 찾기보다는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식품을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만약 전립선암이 혼재돼 있다면 증상 발현을 지연시켜 진단이 더 늦어지게 된다. 초기 전립선암은 전립선비대증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한 번도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서 진찰 받아 암의 동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전립선암은 뼈에 잘 전이되는데 전이되더라도 특징적 증상 없이 전이된 뼈에 통증을 일으켜 전립선암보다는 나이 들어 생기는 관절염이나 디스크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전립선암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설령 전이된 시점에 발견돼도 다른 암과는 달리 아주 치명적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

전립선암의 진단은 PSA라는 혈액검사로 하는데 수치가 높게 나오면 경직장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된다. 최근 들어 PSA 혈액검사가 포함된 건강검진이 보편화됨으로써 전립선암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신장암은 오줌을 만드는 신장의 실질(parenchyme)에서 발생하는 신세포암을 말한다. 주로 50대 이후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역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립선암은 초기에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이라도 나타나지만 신장암은 그런 증상조차 없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어느 정도 크기가 커져 주변 장기에 압박을 줄 정도가 돼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비뇨기과 증상이 혈뇨인데 이것도 일부에서만 나타난다. 따라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처음 진단될 때 환자의 30% 정도는 이미 전이된 상태로 전이된 부위에 따라 호흡곤란, 기침, 두통 등의 증상으로 신장암을 진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장암 세포가 생산하는 특정물질 때문에 고혈압, 고칼슘혈증, 간기능 이상 등이 나타나 내과에서 이런 증상을 검사하던 중 신장암이 발견돼 비뇨기과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장암을 ‘내과의사암’으로 부르기도 한다.

진단은 복부 초음파촬영에서 신장의 혹이 발견되면 복부CT촬영으로 확진한다. 신장암의 치료는 전이 여부에 관계없이 신장을 제거해야 하고 면역요법이나 방사선요법 등을 시도하지만 효과는 좋지 않다.

최근에는 아무 증상 없이 건강진단을 받던 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주로 초기이고 신장적출술만으로 치료가 된다.

초기증상이 없는 전립선암과 신장암이라 해도 혈액검사와 초음파촬영을 이용한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면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특히 40대 이후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해도 주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자각증상이 없는 이런 암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말없이 잘 삐치는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매번 괜히 삐칠까 먼저 신경을 썼고 심지어는 대놓고 물어보기도 했다.

“오늘은 기분이 어때? 기분 나쁜 건 없지?”
“그건 왜 물어?”
“아니, 그냥 어떤가 해서······.”
그러다가 쪼잔한 남자라고 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