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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제일 비싸고 좋은 무릎인공관절로 수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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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8-20


무릎관절염은 환자의 나이, 관절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서 치료방법을 결정하게 되고 초기 관절염 환자에서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히알루론산 주사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합니다.관절염이 좀 더 심하면 내시경을 사용하여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나 뼈를 교정하여 통증을 완화하는 수술을 합니다. 무릎인공관절수술은 무릎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기능이 이러한 방법으로 개선되지 않을 때 하는 치료법이고, 인공관절의 수명은 현재로서는 약 15~20년 정도입니다. 따라서 50~60대의 비교적 젊은 환자에서는 인공관절의 이런 제한점 때문에 무릎인공관절수술을 늦추는 다른 치료법을 권하기도 합니다.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기로 한 환자 분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통증은 좋아질까 그리고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지라는 질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2005년에 남자 76세, 여자 83 세였다가 2017년에는 남자 79세, 여자 83세로 증가하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후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70세이상의 환자가 38%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60~70대에도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고, 이 연령대의 환자분들은 내가 지금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여명 기간 동안 재수술 없이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인공관절로 수술해 주세요.

환자 분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유명 브랜드의 옷은 아마도 가격이 비싸고 질이 좋은 옷감을 쓰고 디자인도 멋져 보이고 오래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무릎인공관절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무릎인공관절은 모두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기본적으로는 모두 동일합니다. 옷감에 해당하는 무릎인공관절의 재질은 대부분 코발트크롬이나 티타늄이라는 금속이고, 여기에 표면을 코팅하는 재료가 제조회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관절의 재질이 수술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습니다. 이미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무릎인공관절제품은 일정 수준 이상이고, 비록 회사의 제품 소개서에는 자기 회사의 코팅 기술이 더 우수해서 오래갈 것이라고 하지만 최근에 사용되는 무릎인공관절의 재질에 따른 내구력은 제품간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릎인공관절의 디자인은 어떨까요?

무릎인공관절 제조회사마다 각각의 무릎인공관절의 디자인면에서 우위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기 회사 무릎인공관절이 수술 후 무릎을 구부리는데 좀 더 편하고, 내구성도 좀 더 좋을 것이라고 소개합니다. 어떤 경우는 무릎인공관절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헐거워짐으로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많다는 보고도 있었고, 유난히 수술 후 무릎을 펴고 구부릴 때 덜컹거리는 증상이 많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무릎이 작은 여성이 많은 경우에 좀 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여러 종류의 무릎인공관절끼리 서로 비교한 임상연구에서는 아직까지는 수술의 결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저는 과거 미국 하버드 부속 메사추세츠 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무릎인공관절과 생역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생역학연구소에 근무한 바 있습니다. 무릎인공관절의 디자인을 비교하는 사체 실험에서는 무릎인공관절의 기능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을 실제 인체에 수술하여 삽입된 상태에서는 그러한 차이를 증명하는 연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국은 수술 후 내구성과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요소는 무릎인공관절의 재질이나 디자인보다 수술하는 의사의 숙련도가 더 중요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술하는 의사가 자신이 사용하는 무릎인공관절에 대하여 디자인적 특성, 그 인공관절을 사용한 수술 시 유의할 점에 대하여 충분한 훈련과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릎인공관절 수술 시에는 수술하는 의사가 자신이 가장 잘 시술할 수 있고 현재 보고된 문제가 없는 무릎인공관절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술 후 무릎인공관절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수술 후 적절한 재활운동 후에는 통증과 기능의 많은 호전이 있더라도, 무릎에 무리한 하중이 가해지는 무릎 꿇기, 쪼그리고 앉기, 과한 스포츠 활동, 심한 노동은 피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정상적인 무릎 관절도 쪼그리고 앉는 자세를 반복하면 관절 내의 압력이 6~8배이상 증가하고 결국은 관절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무릎인공관절을 한 후에 이러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무릎인공관절의 수명을 단축하는 위험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무릎인공관절을 찾는 것보다는 사용 중인 무릎인공관절의 특성을 잘 알고, 그 무릎인공관절의 수술에 익숙한 경험이 있는 의사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무릎인공관절은 수술 후 관리를 잘하는 환자와 오래 쓰도록 수술을 잘할 수 있는 의사의 하모니가 가져오는 결과입니다.


글·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