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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은 3일간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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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1-03-25



필자는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에서 유방암 보고 수술을 하고 코로나19 관련 안심진료도 시행하고 있는 외과 의사다.


백신을 맞기 전에 여러 이야기들이 들렸다. 근육통이 심하다는 것과 다른 백신과 다르게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이다. 백신을 맞고 근육통이 심해 일정을 취소한 선생님의 소식도 들렸다. 백신 맞기 하루 전날, 이미 백신을 맞은 신경과 교수님을 복도에서 만났다. 선생님은 아직 아무렇지 않다고 하셨고 보통은 밤에 열나고 할 테니 그때쯤 증상이 있지 않겠냐고 20%에서 근육통이 있으니 기다려 본다고 하셨다.


백신 맞는 날, 수술 일정이 있었지만 다행이 백신 맞기 전에 모두 끝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백신을 맞으러 갔고 체온을 잰 후, 문진을 하고 백신을 맞았다. “팔에 힘 빼세요 빼세요.. 따끔” 따끔했지만 주사 놓는 간호사분이 잘 놓아주셔서인지 지난번 독감백신보다 덜 아픈 느낌이었다.


앉아서 15분을 대기하면서 경과관찰을 했다.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분들은 30분을 경과관찰 하라고 한다. 14분 뒤 일어나서 옷을 가지러 갔더니 간호사분이 괜찮으시냐고 물어보신다. 15분 정확히 채우고 나왔는데, 다른 분들은 꽤 오랫동안 앉아서 경과관찰 하는 것 같았다.


백신을 맞고 30분 지났을 때, 수술하느라 점심을 못 먹었기 때문에 이른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 중에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어 심박동수를 재어봤는데 분당 98회다. 심박동수의 정상범위는 분당 60~80회. 잠깐 ‘심전도를 확인해야 하나’ 고민했다. 땀이 좀 나는 듯 하고 더웠고 곧 증상이 호전되는 것 같아 발열에 의한 증상일 것이라 결론내고 연구실로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때쯤 열이 난 것 같은데 체온을 재볼 걸 생각이 들었다. 백신을 맞으시는 분들은 체온계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고, 주사 맞은 이후 30분 정도는 의료진이 있는 곳에서 경과관찰 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백신을 맞고 1시간 경과한 즈음에 연구실에 앉아서 내일 아침 컨퍼런스 발표를 준비하는데 옷을 얇게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더운 느낌이 들었고 땀이 났다. 타이레놀을 1정 먹었고 곧 증상이 좋아졌기에 또 하던 일을 계속하였다.


주사 맞은지 4시간쯤 지날 무렵에 다리에 근육통이 생겼다. 어렸을 적 지리산 노고단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지리산 노고단을 반쯤 올랐을 즈음의 근육의 피로함과 유사한 뻐근한 통증이 순식간에 찾아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근육통이 심해지기 전에 타이레놀을 1정 더 복용하였다. 통증은 곧 가라앉았다. 팔이 조금 뻐근한 듯 했는데 괜찮아졌다. 퇴근하는 길에 병원 입구의 체온 재는 곳에서 체온을 쟀더니 36.1도였다.


6시간쯤 지나서 부모님께 전화가 왔다. 하룻밤 지나면 근육통이 더 심해질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말씀을 들어보니 뉴스를 보시면서 백신에 대해 많이 공부하신 것 같다. “괜찮아요 잘 살아 있어요”라고 생존 신고를 하고 주사 맞은 자리를 살펴봤는데 발적 부종은 없었다. 심박동수는 분당 78회 였다.


9시간 지난 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심박동수를 측정했으며 분당 88회로 증가해 열이 나려고 하나 싶어 타이레놀을 추가 복용하기로 했다. 타이레놀의 지속시간은 8시간인데 정확하게 처음 복용 8시간이후 다시 증상이 생긴 것이다. 이때에는 근육통은 없었다.


이튿날, 주사를 맞고 15시간 경과한 무렵, 출근하면서 타이레놀을 미리 1정 먹었는데 병원 입구에서 잰 체온은 36.3이었다. 입구에서 잰 체온이 평소 한번도 36.1이상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체온은 필자에게는 0.2도 높은 체온이다.


첫날과 다르게 주사 맞은 좌측 상완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어제 맞은 다른 선생님도 근육통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서로 살아 있으니 되었다고 안부를 확인했다. 오전 외래가 끝날 무렵 팔 다리가 모두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했다. 오후 외래가 시작되기 전에 타이레놀을 1알 더 먹었다. 오후 외래를 보고 있는데 온몸이 욱신거려 앉아 있는 것이 힘이 들었지만 무사히 외래가 끝났다.


백신을 맞고 26시간 경과한 무렵, 퇴근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땅을 디디는 걸음걸음마다 발바닥이 아팠다. 팔다리의 근육통은 익숙한데 이에 더해진 발바닥의 통증은 처음 경험했다. 탁산계열의 항암제를 맞는 유방암 환자분들이 하시는 말이 “모래를 밟고 있는 것 같이 저려요, 디딜 때 발바닥이 아파요”이다. 그 말을 늘 머리로 이해했는데 처음으로 몸으로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통증으로 인해 지금껏 잊고 지내던 발바닥의 존재를 느끼며 집에 도착하였다. 이날은 타이레놀을 먹고 저녁에 일찍 잠들었다.


백신 접종 삼일 째, 일어나니 몸이 가뿐했다. 오전 외래가 있었는데 어제처럼 몸이 힘들지 않았다. 점심때쯤 되니 의욕이 떨어지면서 몸이 조금 무거워져서 다시 타이레놀을 복용했다. 그렇지만 이전과 다르게 견딜만했다.


친한 의료진은 주사 맞고 대기하는 동안 알러지 반응으로 두드러기가 있어서 응급실 방문하여 응급처치를 시행하였다고 한다. 평소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주사 맞은 후 대기시간을 늘여 경과 관찰을 잘 하고 경우에 따라 이상 반응 시 응급실 방문 등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겠다.


정리를 하면 필자는 열감,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근육통이 있었고 맞은 당일은 열감과 심계항진 (체온은 정상), 이튿날은 근육통이 심하였다. 삼일째는 회복해 약간의 근육통이 남았지만 견딜만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을 때에는 미리 체온계와 진통제를 준비하실 것을 권유하며 일상 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이상 반응 시에는 응급실 방문 등 신속한 대처를 하시기를 당부 드린다.


한편 이상반응에 대한 체크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의 <코로나(COVID-19)백신 예방접종 후 건강상태 확인하기>에서 해당 사항에 체크하여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지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




글·안정신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