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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저출산 시대, 산부인과 의사는 어떤 고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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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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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로서 30년 이상 대학병원에서 근무해온 필자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이던 1992년에는 이대 동대문병원 한 곳에서만 하루 10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당시 전국 산부인과 전문의 숫자는 270여 명이었으나, 현재는 3분의 2가 증발하여 90여 명에 불과하다. 이중 남성 전문의는 10명 미만이며, 분만을 받는 의사는 더욱 감소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연령마저 53세로 점점 높아지는 실정이다.

의사뿐 아니라 분만병원의 수도 감소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전국의 분만병원은 1300여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470여 곳에 불과하며 분만실이 없는 지역(지방자치단체 기준)은 72곳에 이른다. 이제는 점점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을 병원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 강원도 내 분만병원이 없는 지역에서 근무하던 한 여성이 응급상황으로 분만할 곳을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영 악화는 분만병원의 수를 감소시키고 산부인과 전공의의 충족률을 낮추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전공의가 줄어들면 전공의 다음 단계인 전문의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전문의 감소는 곧 분만 취약지역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은 산부인과 전공의가 지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필수인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필수인력은 비단 산부인과와 소아과 의사뿐 아니라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담당하는 간호인력도 해당된다. 또한 분만의 숫자가 적더라도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지속적이고 항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지역병원의 경우에는 서울에 소재한 병원보다 상황이 더욱 열악한 만큼 이에 대한 지역병원 수가 책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고위험 임산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위험 수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산부인과 의사와 소아과 의사가 안전한 분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가항력 무과실 보상제도를 실시하고 현행 3천만원 보다 10배 이상 높은 3억원 이상의 보상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역병원의 경우 분만 취약지구에 있는 임산부들도 안심하고 분만을 할 수 있도록 분만병원 근처에 공공 메디텔을 조성해 인력을 투입하고 분만병원과 연결하여 분만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처럼 심각해진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 고민이 없이 시행되는 여러 가지 저출산 대책은 실효성이 없는 임시 미봉책에 지나지 않으며, 수백조 원이 투입되는 예산이 무색하리만큼 출산율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조심스럽지만 산부인과 의사로서 20대, 30대의 아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좀 더 젊은 나이에 임신을 권유하고 싶다. 왜냐하면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은 불임, 임신성 고혈압, 자궁근종, 임신성 당뇨, 부인과적 질환 등의 증가로 인해 건강한 아기를 낳을 확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고령의 산모가 임신 합병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나, 좀 더 젊은 나이에 임신을 하면 더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필자는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을 권한다.

추락하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종사자, 그리고 국민 모두 각자의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우리나라는 출산율 증가라는 아주 중요하고도 귀중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의 성과는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바라보고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노력과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먼 훗날, 우리들의 노력이 작은 씨앗이 되어 결실을 볼 때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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