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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 주차장처럼 여성암 환자 배려해야
  • 등록일 : 2012-03-26

 

여성전용 주차장처럼 여성암 환자 배려해야

 

 

이대여성암전문병원 백남선 원장

 

"여성 암환자 85% ,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火病) 증세 보여"

 

지난 1987년까지만 해도 제1의 사망원인은 뇌졸중(중풍)이었지만 1988년 암이 제1의 사망원인으로 올라섰고, 계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암 발생률이 전보다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어 문제다.

 

여성의 암 발생 증가 속도도 남성보다 빠르다. 국가 통계를 살펴보면 1999년부터 2008년 사이에 남성 암환자는 61.5% 증가했지만 여성 암환자는 97.5% 늘어났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국가적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암 발생 증가는 당사자와 가족의 우환일 뿐 아니라 국가·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여성의 암 발생을 줄이고, 발생한 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사회적 과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여성 전용 사우나나 여성 전용 주차장처럼 여성 우선성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 성행하고 있는데, 여성 암환자에게도 이런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예방이나 조기 진단·치료 등에서 여성의 특성을 감안한 특별한 시스템이 요구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여성 암이라고 해서 남성 암과 다르게 치료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많은 차이와 구분이 존재한다.

 

먼저 여성 암환자는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남편과 자녀를 뒷바라지하도록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남성 암환자보다 질병 외의 고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

 

시댁 문제도 있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연구팀이 여성 암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정도를 측정해 본 결과 85%가 화병(火病) 증세를 나타냈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가장 믿을 만한 상대인 배우자가 전적으로 돌봐주는 경우도 많지 않다. 이런 환경요인들이 여성 암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한 건강의 정의를 살펴보면 1948년도에는 단순히 병이 없거나 신체에 부자연스러운 것이 없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좋은 조건(안녕상태)을 가지고 있는 것이 건강이라고 했었는데 2000년도에는 육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spiritual), 그리고 사회적으로 아주 안전한 삶의 질을 느끼며 활동적으로 지낼 수 있는 상태가 건강이라고 정의가 바뀌었다.

 

이는 여성 암환자의 치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밥 잘 먹고 대소변 잘 본다고 해서만 건강하다고 볼 수 없고 남과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 활동도 있어야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 암의 진단과 치료는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하고 있는 건강의 개념에 더 부합해야 한다.

 

여성 암환자들은 병원이 풍기는 차가운 느낌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따뜻한 분위기의 병원 인테리어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안도감을 주어 치료율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암 진단과 육체적·심리적 치료 과정은 물론 완쾌 후 일상으로 복귀한 뒤에도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심리를 안정시켜 주고, 긍정적 사고 형성을 도와줘야 한다.

 

실제로 여성암 환자 치료 중에는 가족과 친구, 의료진이 정서적인 도움을 주지만 주변 환자들을 통해 도움을 더 많이 받게 된다. 같은 상황을 겪는 만큼 서로 이해하고 의지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진행하는 ‘파워 업 프로그램’도 환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교감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은 함께 웃고, 노래를 부르고, 연극도 하면서 치료 과정에서의 외롭고 지친 마음을 달랜다. 특히 노래교실은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는 환자들의 표정을 보면 그들의 심정을 알기 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경우가 많다.

 

암 사망률이 높은 시대는 지났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다. 우리의 암 치료 수준은 미국,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우수한 부문도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작성한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유방암, 갑상샘암, 자궁암 등 여성의 암환자 생존율은 미국, 유럽, 일본보다 훨씬 높다. 전체 여성 암환자의 70%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함으로써 암을 이기고 완치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30%는 암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동안 사람들은 내 몸 속에서 암을 다 없애주기를 바래왔지만 사실은 암을 다 죽이기 위해서는 환자가 너무 고생을 하고 살아도 못사는 상태의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근래에는 차라리 암과 같이 살게 하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 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여성 암환자들이 암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주변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관심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