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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조루
  • 등록일 : 2011-02-10

 

토끼와 조루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

 

 

토끼해, 복은 적당히 받더라도 “조금만 더 길었으면....”

 

  “에이~ 이 ‘토끼’ 같은......”

 

  신묘년은 토끼해인데, 토끼는 지혜와 다산, 성장과 풍요의 의미를 담고 있는 동물이다. 보통은 귀여운 이미지로 표현되긴 하지만 ‘엽기토끼’라는 캐릭터처럼 다소 방정맞고 경망스럽게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토끼가 비뇨기과에서는 남성학적으로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토끼는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모르는 야생에서의 본능 때문인지, 3초 정도로 매우 짧은 교미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짧은 교미시간 때문에 섹스를 할 때 짧은 시간 이내에 사정하는 남성을 빗대어 토끼라고 놀리곤 한다.

 

  남성의 성기능장애는 (1) 성욕장애, (2) 발기부전, (3) 사정장애, (4) 절정감장애 등이 있는데, 가장 흔한 성기능장애가 사정장애 중의 ‘조루증’이다.

  과거에는 삽입하고 90초 이내에 혹은 삽입 후 피스톤운동 왕복횟수가 15회 이내에 사정할 경우에 조루증으로 진단하였으나, 최근에는 “사정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하기 힘든 상태로서 배우자와의 성행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사정하는 경우”로 의학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나는 조루증이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7.5%나 될 정도로 섹스 시간에 대해서는 많은 남성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조루증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법이나 예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신경학적으로는 뇌의 사정중추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급속하게 흡수되어 고갈되면서 순식간에 사정이 일어난다고 한다.

  전립선염이나 요도염이 있거나 성기 피부의 감각신경이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을 경우 혹은 내분비장애나 생식분비기능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을 때도 조루증이 발생한다.

  스트레스나 불안감 등 정서장애나 상대방과의 관계 악화, 잘못된 성경험, 불안감 등 정신심리적 요인도 조루증의 위험요인이다.

  또한 갱년기 이후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조루증은 발기력 약화나 발기유지가 어려워져 빨리 성관계를 끝내려는 상대적인 반응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루증을 가진 남성들의 특징이 병원을 찾아 정식 치료를 받기보다는 남들에게 숨기려고 하고 출처가 확실치 않은 각종 비법들을 찾아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아직 획기적인 치료법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병 자체의 불편함도 문제이지만 조루증이 남성으로서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고민거리 질환이기 때문이다.

  조루증의 또 다른 문제는 본인의 불편함뿐만 아니라 섹스파트너인 여성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남성의 조루증은 여성의 성적 만족도를 떨어뜨리게 되어 결국 불감증이나 성욕장애 등 여성 성기능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현재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나 기차역 화장실의 무단 전단지를 보면 “조루 특효약”에 관련된 광고물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정말로 의학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은 없다. 오히려 이러한 잘못된 치료법을 이용할 경우 효과가 없게 되면 조루증은 더욱 심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져 섹스에 대한 공포심이나 발기부전 마저 생기게 된다.

 

  현재 사용하는 치료법으로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이용한 약물요법’, ‘음경 감각완화 연고’, ‘음경 배부신경 차단술’ 등이 있고, 성교 자가중단법 등 ‘행동요법’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들에 의해서도 조루증이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개선이나 완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 나이에 따라 조루증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의 선택이 중요하다.

  따라서 조루증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조루증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토끼의 반대되는 동물은 무엇일까?

  거북이.... 고전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는 거북이가 맞지만 남성의학적으로는 정답이 아니다.

  3초 짜리 토끼와는 달리 교미시간이 가장 긴 동물은 ‘뱀’으로 무려 75시간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바로 뱀탕집으로 달려가거나 뱀을 부러워하지는 말자.

  무슨 말이냐 하면..... 뱀처럼 사정시간이 너무 길어 ‘지루증’이나 ‘사정불능’에 이르게되면 조루증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된다.

  지루증에 관한 얘기는 다음에 기회를 가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