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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부창부수(夫唱婦隨)’ - 야간빈뇨로 잠 못 이루는 밤
  • 등록일 : 2010-01-15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부창부수(夫唱婦隨)’ - 야간빈뇨로 잠 못 이루는 밤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이동현 씨는 얼마 전부터 소변보기가 불편해 모처럼 날을 잡아 부인과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그런데 평소 부인과 화목한 사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어찌 두 분 사이가 서먹해 보인다. 이 분의 나이가 예순이고 부인도 또래라고 하니 비슷한 연령대일 것이다.

“한 1년 전부터 소변보기가 불편해요. 줄기가 가늘고 자주 보게 되고······” 평소 깔끔한 성격처럼 잘 알아서 본인의 불편함을 일목요연하게 말씀해 주신다.

“소변을 자주 본다고 하셨는데 밤에 주무시다가 몇 번 일어나세요?” “두어번 될 겁니다.”

그러자 옆에 가만히 있던 부인이 갑자기 거들고 나선다.

“아냐, 당신 더 일어나, 아마 너댓번 일어날 걸”
“당신이 그걸 어떻게 다 알아?”
“왜 몰라. 그리고 좀 조용히 가면 얼마나 좋아? 화장실 불은 꼭 켜야 돼?”
“아니, 당신은 밤에 자다가 화장실 안가? 당신도 만만치 않아”

알고 보니 두 분이 서로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밤중에 화장실 가느라고 잠깐씩 깨는 것으로 서로 불편해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자랑 얘기를 나누는데 부인이 다시 끼어든다.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지, 괜히 낮에 항상 피곤하고 졸립고······ 이 양반이 화장실 가는 바람에 깨게 되면 나도 화장실 가게 되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진작 병원 가라고 했는데도 말을 들어야죠.”

이 부부의 평화를 위해서는 이쯤에서 한 마디 거들어야 한다.
“부인께서는 낮에도 화장실 자주 가거나 급하거나 하지 않으세요?”
“맞아요. 그래서인지 낮에도 자주 가는 것 같아요. 소변 마려우면 참기가 어렵고······”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잠을 못 자게 되면 평소 화목한 부부 사이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인은 한밤중에 잠을 깨고 화장실에 가는 이유를 오로지 남편의 탓으로만 잘못 알고 있다.

정상배뇨 횟수는 낮에는 4~6회, 밤에는 0~1회인데 이를 넘어가게 되면 ''빈뇨(頻尿)''라고 하며 특히 야간에 심한 경우를 ''야간빈뇨''라 한다.

저녁을 짜게 먹고 물을 많이 마셨거나 수분이 많은 과일을 자기 전에 먹은 경우, 혹은 음주 후 밤에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대부분 소변의 양이 낮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우가 아닌데도 야간빈뇨가 있으면 이는 과민방광증후군에 의한 병적인 상태로 소변의 양이 적으면서 시원한 느낌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자다가 여러 차례 소변을 보게 되면 잠을 설치게 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어 낮에도 항상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심할 경우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야간빈뇨는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데 40세 이상의 경우 27.9%, 70대 이상 고령자 절반 이상에서 증상을 보인다.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 ''과민방광증후군''인데 남자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의 2차 증상으로 많이 나타나고 여자는 폐경기 이후 여성 호르몬 감소로 요도 및 방광의 노화로 인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야간빈뇨는 단순히 소변을 보는 불편함 뿐 아니라 수면까지도 방해하는데 본인만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 숙면을 방해하게 된다.

최근에는 안방에 화장실이 있고 침대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흔들림이 없다고 선전하는 침대를 쓴다고 해도 옆에서 누가 깨서 일어나면 느낌으로 잠이 얕아진다.

화장실에 가서 문을 열고 화장실 불을 켜면 잠깐이나마 불빛이 방안으로 들어오게 돼 부인도 잠을 깨는 것이다. 옆에 남편이 일을 다보고 들어와 다시 잠을 청하려 하면 이번에는 잠을 깬 부인이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가게 된다.

남편과 부인이 각각 4~5회 이상 화장실에 간다고 가정하면 잠을 깨는 횟수가 거의 10회에 달해 결국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과민방광증후군을 가진 환자 배우자의 삶의 질을 조사해 보면 환자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저하돼 있다.

일반적으로 야간빈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자기 2시간 이내에 음료수나 과일 섭취를 금하고 자극성 있는 음식이나 카페인, 탄산음료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따끈한 물로 온수좌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이에 따라 항이뇨호르몬 분비의 감소나 수면장애 등도 야간빈뇨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전문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이동현 씨는 검사 결과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됐고 부인은 과민방광증후군을 가진 것으로 판명돼 현재 두 분이 함께 사이좋게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남편이 주장하고 아내가 이에 따른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 나이 들어 가정의 화목을 위해 반드시 부창부수해야겠지만 야간빈뇨에 있어서는 부창부수하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