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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치질과 닮은 듯 다른, 누공성 크론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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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5-10-08

 

치질과 닮은 듯 다른, 누공성 크론병

ㆍ염증이 장 침범해 발생하는 병

ㆍ고름 제거 등 별도의 시술 필요

국내에서 희귀질환으로 여겨지던 크론병의 인지도가 한 연예인의 투병 고백으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실제로 최근 많은 환자들이 크론병 의심 증상으로 진료실을 찾고 조기 진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크론병 중에서도 항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누공성 크론병’은 여전히 진단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서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염증성 장질환이며, 증상의 악화와 재발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다. 국내에서는 환자의 약 60%가 소장과 대장 모두에서 증상이 발견되는데, 소장의 끝과 대장이 만나는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문제는 크론병 환자의 40% 이상에서 항문 주변에 누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누공성 크론병 환자는 항문 주위 출혈이나 농양으로 인한 불편함과 고통이 심각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소장과 대장의 문제는 내과를 방문해 진단, 치료를 받으면서 항문에 문제가 생긴 증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크론병과 별개인 치루, 치핵 등 일반적 항문 질환으로만 인지해 대장항문과 등으로 별도의 치료를 하러 가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누공성 크론병은 치질과 증상이 매우 유사해 의료진에게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단순한 항문 질환으로 오진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누공성 크론병은 치질과 달리 염증이 장을 침범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치료와 고름을 빼는 등 별도의 시술이 필요하다.

누공성 크론병의 올바른 치료를 위한 첫걸음은 작은 문제나 증상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다.

환자는 항문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경우 주저없이 의료진에게 이를 알리고 올바른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른 치료 방법이 각기 다르다. 정도가 심한 경우 항문 주변의 고름과 같은 분비물을 제거하는 외과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

또 최근에는 면역계 이상 반응으로 장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TNF)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통해 누공성 크론병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런 생물학적 제제 중에는 염증 치료와 더불어 손상된 조직의 파괴를 늦추고, 수술 후에도 누공을 없애 증세의 호전 상태를 유지시키다 수월한 치료를 가능케 하는 치료제도 있다.

이런 치료제는 누공성 크론병이 삶의 질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때문에 건강보험의 적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환자 스스로 몸의 증상에 귀를 기울이고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증상을 즉각적으로 의료진과 상의하는 등 치료를 위한 노력을 적극 적으로 하면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환경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환자들이 더 질환이나 증상을 방치해 고통받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없기를 바란다.

<출처: 경향신문>

정성애 이대목동병원 · 위·대장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