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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암환자의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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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12-27

 

암환자의 행복지수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

 

 한 나라의 행복지수(삶의 질)를 평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높은 경제수준, 살기 좋은 주거환경과 좋은 의료ㆍ교육제도 등은 대표적인 충분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 삶의 질을 나타내는 조건들이 개인의 행복지수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가난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는 방글라데시의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한국을 비롯해 경제수준이 월등히 나은 나라보다 더 높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암환자들 삶의 질은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암으로 진단 받고도 생존하고 있는 사람이 70만여 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군인 숫자보다 많고, 전주시민보다 많은 수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암(癌)이라고 하면 죽음을 먼저 떠올리며 경제적 부담과 항암치료 중의 고통, 탈모 등으로 괴로워했다. 이들은 꼭 불행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암환자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암환자 삶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로는 통증, 식욕부진, 불면증 및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감 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암환자 중에는 환자와 보호자, 의사의 삼위일체적인 협력과 협조로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오히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아프기 전보다 가족관계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더 왕성한 활동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분도 많다. 삶의 질은 더 좋아진 것이다.

 

암을 극복한 수많은 환자를 곁에서 지켜본 의사로서 발견한 공통점은 이들이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의사를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섰다는 것이다. 암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사는 암환자들이 겪는 통증, 불면증, 식욕부진 해소에 노력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오 헨리(O Henry)의 단편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에서 주인공 여류화가 존시가 다른 화가가 그려준 마지막 잎새를 보고 자기가 죽지 않고 살 것이라는 신념이 생겨 그 희망으로 병이 나은 것처럼 의사는 환자들에게 암은 완치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병실로 간다. `마지막 잎새`를 그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