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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작은 갑상선암도 수술이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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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03-21

 

작은 갑상선암도 수술이 안전

 

 


 

임우성 교수 |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ㆍ여성암,피하자 이기자 ⑤

2011년 3월11일 강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원전사고가 얼마나 큰 재앙인지는 1986년 4월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알 수 있다. 당시 원전의 폭발로 원전 근방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거나 몇 개월 안돼 여러 가지 이유로 사망했다.

 

방사선 피폭의 큰 문제 중 하나가 암의 발생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은 방사선에 피폭되었을 때 성인에 비해 피해가 심각하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벨라루스 공화국의 경우를 보면 사고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의 갑상선암 발생이 많게는 5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갑상선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발생률의 증가와 원전사고가 겹치면서 더욱 커졌다. 실제 한국에서 갑상선암의 발생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 2004년 여성암 1위로 올라섰다. 2004년 이후로도 증가 추세가 계속되어 조만간 위암을 제치고 전체 암 가운데 1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갑상선암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암들을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더 잘 발견하는 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갑상선암의 증가가 갑상선에 보이는 결절에 대한 무분별한 세포검사를 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따라서 0.5㎝ 미만의 작은 결절은 아예 세포검사를 하지 말자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대부분이 옳다고 하더라도 검진의 기본 목적이 암이나 질병의 조기 발견 및 치료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혔듯이, 갑상선 결절의 세포검사나 수술 여부를 단순히 암이나 결절의 크기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아주 작은 결절이라도 그 모양이나 내부 양상이 암의 소견과 일치한다면 크기와 상관없이 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크기가 작고 초음파 소견이 약간 의심되는 정도라면 시간을 갖고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갑상선암의 예후는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장 흔히 발생하는 갑상선 유두암의 경우 1기에서 치료받으면 10년 후 갑상선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7%도 되지 않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얼마 전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젊은 여성이 상담을 위해 필자를 찾아와 “선생님, 일본에서는 수술 안 한다고 하대요. 그냥 내버려둬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실제로 2010년 일본에서 길이 1㎝ 이하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에 대해서는 수술적 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갑상선 유두암은 예후가 좋고 암의 성장속도가 비교적 느리다고 알려져 있기에 가능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후 즉시 수술을 받은 환자 1055명과, 갑상선암으로 진단되었지만 치료를 받지 않고 경과 관찰만 한 305명을 비교했다.

 

경과 관찰을 한 305명 중 상당수의 환자는 경과 관찰 도중 종양이 커지고 임파선 전이가 발견되어 수술을 뒤늦게 받게 되었다. 아마 현재까지도 수술을 받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하고 있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수술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까지 한국을 비롯해 세계 의학계의 의견은 갑상선암도 진단되면 되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학은 과학이고 과학은 확률의 학문이다. 당연히 확률적으로 치료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입증될 때까지 기다리는 자세가 현명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