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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유방암 예방·치료, 사람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문병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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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2-02-10

 

유방암 예방·치료, 사람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문병인 |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

  

어느 날 나이가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가슴에 딱딱한 멍울이 만져진다며 유방암·갑상선암센터를 찾아온 적이 있다. 검사 결과 유방암으로 인한 종양으로 밝혀졌는데, 병원을 찾게 된 과정이 따로 있었다. 어떻게 멍울이 있는 걸 알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할머니는 부끄러워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 우리 영감이~.”

 

환자 스스로 발견하기 쉽지 않은 유방암을 알아채 줄 인생의 동반자가 있는 할머니를 간호사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반대로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 둘과 사는 40세 이혼녀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자 울고 또 울어서 도저히 상담이 진행되지 않았다. “지금은 초기라서 잘 나을 수 있고 수술도 최소한으로 할 수 있으니 염려 말라”고 말해도 막무가내로 울기만 했다. 이혼 등으로 수많은 날들을 번민으로 보낸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할 뿐인 듯하였다.

 

할머니 환자처럼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건 유방암 발견뿐만 아니라 치료와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이혼녀는 혼자서 병마와 싸워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몇 년 전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혼자 격리된 채 생활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유방암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고립과 불안 등 스트레스가 정서에 영향을 미쳐 악성종양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방암 치료기술과 의료기기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치료 성공률과 생존율이 높아졌다. 2009년 국가암등록 통계를 보면 여성에게서 발병률 2위(10만명당 54.1명)인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90.6%에 달한다. 10여년 전에는 8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의 고통과 두려움은 여전히 환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막막함,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더구나 항암제 등으로 인해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조기 폐경이 되면서 견디기 힘든 갱년기 증상이 찾아온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에서 열이 받치고, 짜증이 절로 나고, 화를 참을 수 없게 되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러는 자신에게 또 화가 나고, 이런 증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이 섭섭해서 서러워진다.

 

이런 마음을 이해하기에 필자를 비롯한 유방암 전문의사들은 환자들을 대할 때 어깨를 한 번 더 두드려주고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주려고 한다. 의사와 환자이기 전에 같은 인간으로서의 교감이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보다 필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유방암 치료 중에는 가족과 친구, 의료진이 정서적인 도움을 주지만 주변 환자들을 통해 도움을 더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이해하고 의지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진행하는 ‘파워 업 프로그램’도 환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교감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은 함께 웃고, 노래를 부르고, 연극도 하면서 치료 과정에서의 외롭고 지친 마음을 달랜다. 특히 노래교실은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다 같이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는 환자들의 표정을 보면 그들의 심정이 잘 드러나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유방암 치료의 고통보다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이 더 고통스럽다.” 어느 유방암 환자의 말처럼 유방암 치료는 혼자 감당하기엔 험한 여정이다. 올 겨울에는 주변에 유방암 환자들을 다시 돌아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미소 한 번으로도 그들의 가슴에 온기를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