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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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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0-06-03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현수 할아버지는 일흔이 넘은 분으로 얼마 전부터 진료를 받으러 다니신다. 10년 전에 상처했지만 항상 깔끔한 차림새로 지금은 노인복지회관에서 사교춤도 추고 여자친구도 만나는 멋쟁이시다.

크게 병을 앓으신 적은 없지만 수년 전부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보려면 시간이 걸리고 소변줄기가 약해져 불편해 하셨다. 일본어를 잘하셔서 일본 건강서적도 읽고 인터넷도 찾아보셔서 그런 불편함이 ‘전립선비대증’이라는 병 때문인지도 잘 알고 계신다. 나름대로 민간요법도 하고 전립선에 좋다는 영양제도 드셔봤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병원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잠깐, 혹시 제목만을 보고 성기의 크기에 관한 글이라고 짐작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성기에 관한 얘기는 아니다. 비뇨기과에서 ‘크기’ 얘기만 나오면 솔깃 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은근히 기대하고 읽다가 실망하지 마시라고 미리 얘기하는 것이다. 제목만 보고 혹시나 하고 읽으시는 분들은 ‘낚였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이번 글의 주제는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숨겨진 사실’이다.

“내 건 얼마나 커?”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검사를 마친 후 현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물어보신 말씀이다. 이 분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나이가 들어 전립선이 커지고 이렇게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여 소변보기가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병 이름에 커진다는 ‘비대(肥大)’라는 용어가 들어있으니 맞는 말씀이긴 하지만 정확하게 전립선비대증의 전부를 알고 계신 것은 아니다.

전립선은 남성만이 갖고 있는 장기로 밤알을 뒤집어 놓은 형태인데 치골 뒤쪽, 방광 아래, 직장 앞쪽에서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출생 시에는 1g도 안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조금씩 커지게 된다. 20대 이후 평균크기는 15~20g으로 이 무게를 유지하다가 50대 이후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다시 커지게 된다.

전립선이 커지면 요도를 압박해 방광에서 나오는 통로가 좁아진다. 그러면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지면서 여러 가지 배뇨장애증상을 나타내는데 이를 전립선비대증이라고 한다. 50대에 전립선이 커지게 되는 이유로 많은 요인이 거론돼 왔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한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전립선의 크기가 배뇨장애증상의 정도와는 관계없다는 사실이다. 크기가 더 크다고 증상이나 병의 상태가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크기보다는 전립선의 구조적 형태나 전립선부 요도의 긴장도가 소변의 불편함을 만드는데 더 심각한 역할을 한다.

전립선부 요도의 긴장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전립선 요도에 많이 분포돼 있는 교감신경의 알파수용체가 요도를 수축함으로써 좁아지게 만들어 배뇨장애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립선의 크기만을 알아서는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없다.

최근 전립선비대증의 일차요법으로 처방되는 대부분의 약제들이 이러한 긴장도를 줄여주는 교감신경 알파차단제다. 알파차단제는 방광경부 및 전립선 평활근의 수축을 억제해 소변 통로의 막힘을 풀어줌으로써 배뇨를 용이하게 하는데 복용 후 3~4개월 정도 지나면 최대효과가 나타나는데 계속 효과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일부 매스컴에서 ‘전립선비대증은 약으로 쉽게 치료된다’고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면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약으로 ‘조절’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고혈압을 몇 개월 약 복용으로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병행해 혈압을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 이제 좀 알겠구먼······. 근데 TV 나오는 양반들은 왜 만날 전립선이 커졌다고만 한대?”

설명을 들은 현수 할아버지는 이해를 하셨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처방전을 받아들고 돌아가시더니 다음 진료 때는 친구분과 같이 오셨다. 비슷한 증상이 있어 같은 검사를 해드렸다. 결과를 보는 날에도 같이 오셨는데 옆에서 같이 설명을 들으시더니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이신다.

“그래도 이 친구 거보다 내 것이 더 크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응, 이 친구 고추는 내 거보다 작아, 그러니 전립선도 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