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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여성이 전립선 마사지를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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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12-10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여성이 전립선 마사지를 받는다고?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얼마 전 강남 길가에 잠깐 주차하고 왔더니 예쁜 아가씨가 활짝 웃고 있는 명함이 수십 개 유리창에 꽂혀 있었다. ‘뭔가’ 하고 봤더니 출장마사지 등의 야릇한 광고 명함이었는데 그 중 한 명함에서 ‘전립선 마사지’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게 뭔가? 아가씨 사진이 있는 출장마사지 광고 전단에 전립선 마사지가 웬 말인가 하는 직업적 호기심(?)에 인터넷 모 포털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맨 첫 리스트에 나온 선전 문구들이 가관이다. ‘전립선 명가 OOO숍’ ‘전립선 전문 마사지 XXX’ ‘1:1 전립선 마사지 △△△’ ‘아로마 전립선 마사지’ 등……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비뇨기과 관련 정보는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전립선 마사지에 아로마가 왜 들어가며 전립선 마사지는 당연히 1:1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구태여 명기한 건 또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전립선 마사지에 명가나 전문은 왜 필요한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색물을 차근차근 읽어봤더니 전립선 마사지를 빙자한 대리자위행위, 즉 유사성행위가 성행한다는 뉴스를 찾을 수 있었고 전립선 마사지 경험담을 올린 게시물도 있었다. 뉴스와 몇몇 게시물, 광고문안을 통해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전립선 마사지''라는 이름을 정말로 묘한 곳에 갖다 붙인 였다. 그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전립선 마사지를 처방할 때마다 음흉한 미소를 짓던 환자들이 있어 왜 그런지 이상했었는데 그 환자들이 나중에 얼마나 실망을 했을지 상상이 간다.

 

전립선은 치골 뒤쪽, 직장 앞쪽에서 방광 입구의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분비선으로 사실 신체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장기다.

 

또 성과 관련된 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는 생식기관으로 정액의 일부, 특히 정자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연을 분비해 요로감염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성기능과는 무관하다.

 

이 전립선 마사지를 하는 경우는 만성전립선염 환자에서 전립선액을 받아 염증이나 세균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진단목적과 전립선의 울혈이나 부종을 가라앉히기 위한 치료목적의 두 가지가 있다.

 

결코 남성 성기능 강화를 위한다는 목적은 의학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고 또 실제 전립선 마사지를 한다고 해서 강화된다는 근거도 전혀 없다.

 

의학적으로 전립선 마사지를 하는 방법은 소독된 장갑을 끼고 윤활유를 묻힌 손가락을 환자의 항문에 넣어 직장 앞쪽에 위치한 전립선을 외측에서 내측으로 3~4회 정도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직장으로 손가락을 넣게 되니까 불쾌감과 통증을 호소할 수밖에 없지만 전립선의 해부학적 특성상 이렇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 만성전립선염의 진단에 있어 불가피한 방법이다.

 

치료목적으로는 최근 효과적인 약제, 자기장치료나 온열치료 등의 등장에 따라 과거처럼 많이 사용하진 않지만 치료 시 전립선 도관의 배출 및 혈액순환을 돕고 항균제의 투과성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처럼 전립선 마사지는 전문 의료인에 의해서 시술되는 의료행위인 것이다.

 

일반 마사지숍에서 광고하는 전립선 마사지는 전립선이 아닌 ''회음부 마사지''로 추정되는데 회음부 자극을 가한다고 한들 전립선에 제대로 된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회음부를 심하게 압박하게 되면 이 부위 요도가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또 회음부와 연결된 음낭을 잘못 마사지하는 경우 고환이 꼬이기나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전립선이 성 기관의 하나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하는 광고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전립선을 아무리 마사지해봐야 ‘남성 증진’ ‘정력 증강’ ‘오줌발 강화’의 효과는 없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정말 웃기는 마시지업체가 하나 눈에 띄었는데 ‘여성 전용 전립선 마사지’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다 아시다시피 전립선은 남자에게만 있는 장기다.

 

아무리 전립선 마사지가 은밀하게 유행을 하고 있지만 결국 유사 성행위의 광고 수단으로 비뇨기과 시술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의사로서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