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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빨간 소변, 빨간 정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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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06-21

사람들은 원시시대부터 피에 대한 두려움과 경이를 동시에 갖고 있다. 왠지 꺼려지는 붉은 색과 비릿한 냄새의 피는 공포영화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지만 피가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신비의 액체라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이렇게 피에 대한 이미지가 다른 이유는 피를 이용한 종교의식, 잘못된 과거의 의학적 개념, 전설 속에 들어있는 신비함과 출산을 상징하는 여성들의 생리 등의 다양한 관점 때문이다. 우리가 피를 흘리게 되면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상처를 받지 않았는데, 아무런 징조 없이, 전혀 피가 날 것이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피를 보면 그 충격은 더 커진다.


당연히 노란색으로 생각되는 소변은 사실 정상적으로는 무색무취이고, 옅은 갈색이 정상 색깔이다. 맑아야 할 소변이 빨간 핏빛을 보일 경우 그 충격과 놀라움은 대단히 크다. 더구나 빨간색 소변을 발견하는 장소가 혼자 있는 밀폐된 화장실이라면 말 그대로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빨간색도 정도의 차이가 있는데 오렌지색이나 콜라색은 오래된 핏덩어리가 녹아서 나오거나 신장의 기능 이상으로 인한 출혈이고, 선홍색의 빨간 소변이 요로의 급성출혈로 인한 혈뇨(hematuria)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다.


의학적으로 혈뇨란 빨간 색깔 정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고배율 현미경검사에서 3개 이상의 적혈구가 관찰되는 경우다. 신장, 요관, 방광, 요도, 전립선 어디든 출혈을 일으키는 질환이 있으면 혈뇨가 나올 수 있다. 간혹 핏덩어리가 나오면 더 놀라지만, 혈뇨 자체만으로도 요로의 질병이 있음을 나타나기 때문에 색깔이 짙다고 더 심각한 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혈뇨는 보이는 정도에 따라 눈으로 빨간 색을 볼 수 있는 '육안적 혈뇨(gross hematuria)'와 맑게 보이지만 현미경 검사에서 적혈구가 관찰되는 '현미경적 혈뇨(microscopic hematuria)'가 있는데 임상적 의미의 차이는 없다. 따라서 어떤 형태던 혈뇨가 관찰되면 원인을 찾기 위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증상 유무에 따라 '유증상 혈뇨'와 '무증상 혈뇨'로 구분한다. 혈뇨와 동반하는 대표적 증상이 통증인데, 요로결석이나 염증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혈뇨는 아무런 증상 없이 그것도 한두 번 잠깐 보이고 저절로 멎는 혈뇨다.


특히 40대 이후라면 원인이 방광암이나 신장암에 의한 혈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혈뇨가 그쳤다 하더라도 정밀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보통 혈뇨를 보이는 가장 흔한 질환은 요로결석인데 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심한 옆구리 통증이 나타나는데 아팠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결석에서 혈뇨는 결석이 요로의 점막을 직접 자극해서 생채기가 나서 출혈이 되는 것이다.


신장암과 방광암에서 피가 나오는 것이 혹시 암이 진행된 심한 상태가 아닐까 하고 오해를 한다. 하지만 신장암이나 방광암은 특징적이라고 할 초기증상이 없는 대신, 가벼운 혈뇨로 암이 발생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는 암 세포가 증식을 하는 과정에서 조직 일부가 자연적으로 떨어지면서 잠깐 출혈이 되는 것이다.


소변 색깔도 괜찮고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우연히 시행한 소변검사에서 혈뇨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초음파촬영이나 CT촬영으로 요로계의 구조적인 이상이나 결석 등이 있는지를 조사한다. 단, 40대 이후라면 방광내시경으로 방광암에 대한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서 이런 검사들에서 아무런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으면 '원인불명 혈뇨(essential hematuria)'로 진단되며,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고 신체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성들이 혈뇨보다 더 놀라는 것은 출혈이다. 섹스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데 휴지에 묻은 정액에 빨간 피가 묻어나는 것인데, 피가 정액에 섞여 빨간색의 정액을 보이는 '혈정액증(hemospermia)'이다. 혈정액증은 고환, 부고환, 정관, 정낭, 요도분비선, 전립선, 요도에 병변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이다.


주로 40대 이하의 젊은 남자에게 잘 생기며, 횟수도 단 일회에 그치는 경우에서 1년까지 반복적으로 혈정액을 보이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처음 혈정액을 보게 되면 대부분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일까 걱정하던지 남성으로서 모든 기능이 다 끝난 것으로 오해해 심한 불안감과 근심, 걱정을 갖게 된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생식기계 악성종양에 의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염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염증반응이 생식기계의 점막을 자극해 정관이나 정낭의 부종을 초래하고 모세혈관이 터져 출혈이 일어난다. 청년층의 경우 과도한 성생활 혹은 너무 오랫동안 금욕생활을 할 경우 발생하고 가끔 전립선이나 정낭의 결석이 원인이 된다.

혈정액증 환자들은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치료의 첫 번째 목표는 불안감 해소다. 대부분의 경우 심각한 원인질환이 없기 때문에 약물요법에 의해 잘 치유가 된다.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