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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귤화위지, 전립선암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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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9-12-17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영왕이 제나라의 재상 안영에게 제나라 출신 도둑놈을 보여주었더니, 안영이 “귤이 회남에서는 귤이 되지만, 회북에서는 탱자가 됩니다.”라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귤화위지(橘化爲枳)다. 주위 환경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질병도 생활환경과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는 예로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서구식 현대화로 사회환경과 생활습관의 변화가 질병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보이는 비뇨기과의 대표적 질환이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의 위험인자는 나이, 유전, 성호르몬과 환경적 요소가 있다. 식생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육식을 많이 하는 서양인의 발생위험도가 높다. 아시아인이라도 생활하는 지역에 따라 발생빈도의 차이를 보인다.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역학연구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일본인이 일본에 사는 일본인보다 발생위험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전립선암의 발생에 있어 음식과 생활습관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본인의 역설(Japanese paradox) 이론이다.


서구음식 모두가 위험요인은 아니다. 서양문화의 상징인 커피가 전립선암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일본 가나자와의과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커피의 카와웰 아세트산염(kahweol acetate)과 카페스톨(cafestol) 성분이 전립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였다. 실험실 연구에 불과하고 인체에서 효과가 있는지 확실치 않지만, 대중적 기호음료에 전립선암 억제효과가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다. 전립선암을 억제하는 성분은 아라비카(Arabica) 품종의 커피에 많다.


가족력을 가진 경우는 전립선암의 9% 정도이다. 형제 중 전립선암이 있으면 발병위험도가 3배 높아지고, 가족력이 있는 집안은 발병위험도가 8배 높다. 유전성 전립선암은 보통 55세 이전에 발생하지만, 임상적인 양상과 치료는 일반 전립선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립선암의 발생위험도를 높인다고 잘못 알려진 정관절제술, 성관계의 횟수나 섹스 파트너의 숫자,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이 전립선암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전립선암을 포함해 전립선의 건강을 위한 생활수칙은 다음과 같다. 


① 소변을 지나치게 오래 참지 않는다. 

② 더운물로 좌욕을 한다. 

③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스트레스나 피로를 해소한다. 

④ 건전하고 적절한 성생활을 한다. 

⑤ 배뇨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 복용을 조심한다. 

⑥ 일주일에 5번, 하루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⑦ 신선한 과일과 채소, 도정이 덜된 곡물류를 충분히 섭취한다. 

⑧ 동물성 지방과 과도한 칼로리를 자제한다. 

⑨ 배뇨장애가 발생하거나 혈뇨가 생기면 의사와 상담한다. 

⑩ 50세 이후부터는 해마다 전립선 검사를 받는다.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