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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유방암 수술 후 정체성 고민하는 여성에게 ‘유륜절개수술’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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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10-28



얼마 전 오른쪽 유방에 암이 발생한 40대 여성 환자가 왔다. 사실 이 환자는 몇 년 전 왼쪽 유방에도 암이 생겨 다른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왼쪽 유방 피부에는 겉으로 보기에도 눈에 띄게 길쭉한 수술 흉터가 남아있었다. 유방하주름이나 지방조직이 보존되지 않아 재건한 모양도 부자연스러웠다.


안 그래도 왼쪽 가슴 흉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남은 가슴마저 암이라니. 젊은 나이에 두 차례나 유방암 수술을 하게 된 환자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다. 나는 환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술 한 것 티도 안 나게 예쁘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이대여성암병원의 유방암 수술은 남다르다. 가슴이나 겨드랑이가 아니라 유륜 부위를 절개해 상처를 최소화하는 ‘유륜 절개 수술법’을 진행하는 것이다. 육안으로 봤을 때 상처 티가 나지 않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환자는 “이전 수술 상처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고 이번에도 당연히 상처가 생길 줄 알았는데 감쪽같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유방암 수술을 한 환자 대다수가 ‘상처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가슴 모양은 유지한 채 암 조직만 제거하는 ‘유방암 보존술 치료’가 일반화되긴 했지만, 가슴에 큰 수술 흉터가 남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자들은 이 상처를 두고 ‘여성성을 잃었다’고 여겨 스트레스나 우울감, 상실감을 안고 산다. 특히 남의 시선 때문에 목욕탕이나 탈의실 등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의 마음까지 달래주기 위해 필자는 ‘유륜 절개 수술법’을 고안해냈다. 유두를 둘러싼 갈색 빛의 동그란 부분인 유륜 위로 둘레 5cm 정도만 칼로 절개한 뒤 수술 도구를 이용해 유방 조직 전체를 제거하고, 다시 절개 구멍(절개창)으로 성형 재건까지 마치는 수술이다.


유륜 절개 수술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방 꼬리 부분의 지방 조직과 유방 밑 주름 조직을 잘 보존하는 것이다. 고도로 숙련된 수술 기술이 필요하고 또 성형외과 등 다른 의료진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수술 범위를 볼 수 있는 구멍이 작아 더욱 섬세한 기술과 집중이 필요하다. 실제 다른 병원의 많은 의료진들이 이 문제 때문에 유륜 절개를 포기하고 상처를 남기는 가슴 피부 절개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수술법을 고수하는 것은 환자들을 위함이다. 흉터가 남지 않는데다, 수술비용이나 시간이 일반 유방암 수술과 다를 것이 없고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지 않아 합병증 위험도 적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 유륜 절개 수술법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유방암 수술 후 환자의 삶까지 고민하면 유륜 절개 수술법은 최선의 선택이다.





글·임우성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 /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