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건강이야기

대동맥판막협착증 잡는다…개흉 없는 타비 시술
파일
  • 파일이 없습니다.
  • 등록일 2020-11-02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존재하는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서, 심장에서 전신으로 피가 원활하게 순환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경증 협착증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심장 돌연사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 실신 및 호흡곤란이다. 무증상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의 5년 사망률은 12% 내외다. 그러나 증상이 있는 고령 증증 환자를 치료하지 않았을 경우, 5년 사망률이 56.5%에 달한다. 따라서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약물 치료가 불가능해 ‘대동맥판막치환술’이라는 수술이 필요하다. 중증 질환자 중 증상이 있는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좌심실 기능이 떨어진 경우 혹은 운동부하 검사에서 증상이 유발되는 경우 수술 치료가 권고된다.

그러나 병의 특성상 대부분 환자가 70-80대의 고령이면서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개흉수술이 위험하다. 실제 환자 3명 중 한 명은 수술을 받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수술을 하기에는 고위험군인 환자에게 수술의 대안으로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 일명 타비(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 시술을 권유하고 있다. 타비 시술은 2002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도됐으며 국내에서도 2011년 이후 여러 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시술 방법을 소개하자면, 대퇴동맥을 통해 유도선을 삽입하고 인공 판막이 들어있는 기구를 기존의 협착된 대동맥 판막 위에 위치시킨 후, 인공 판막을 펼쳐 병든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대체시킨다. 이때 X-선 투시 및 경식도 초음파를 통해 인공 판막의 위치를 세밀하게 판단하게 된다.


타비 시술 대상자는 대부분 개흉 수술이 어려운 고령의 수술 고위험군이다. 타비 시술을 위해서는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치료 내용에 합의해야 한다. 또한 2인 이상의 숙련된 심혈관 중재의가 시행한다. 그러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일정 자격 조건을 충족시킨 기관에서만 해당 시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실시기관 승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79세 고령 환자 대상으로 타비 시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 환자는 세 달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가슴이 답답하고 돌연 실신하는 등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고통 받았다. 시술 후 나흘 만에 건강하게 퇴원한 환자는 고령인데도 무리 없이 시술을 마쳤다는 점에 무척이나 만족했다. 향후 많은 고령 환자들이 수술을 포기하지 않고 타비 시술을 통해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강인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