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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대변과 소변, 그리고 세균과 방광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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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6-09-23

 

 

대변과 소변, 그리고 세균과 방광염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위에서는 2-5시간, 소장에서는 4-8시간, 대장에서는 10-20시간에 걸쳐서 머물면서 분해되어 영양분이 흡수된 후 남은 찌꺼기는 직장으로 이동한다. 전체적으로 대략 24시간 정도가 걸리며, 직장에 머물러 있다가 새로운 찌꺼기가 생겨서 내려오면 밀려서 몸 밖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 대변이다. 반면에 마신 물은 장에서 흡수되어 피에 녹아서 신장으로 이동하여 전해질, 미네랄과 함께 소변으로 만들어지고 방광으로 배설될 때까지는 30-12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누는 대변은 하루 전에 먹은 음식물의 찌꺼기가 밀어내기에 의해서 나가는 것이고, 지금 보는 소변은 2시간쯤 전에 마신 물로 만들어진 배설물을 방광이 수축함으로써 내보내는 것이다.

배설기관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소화기관과 요로기관은 구조와 기능도 다르고 각각 만들어지는 물질인 대변과 소변의 성질과 역할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대변은 요로기관, 특히 방광과 전립선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설사로 인해 잦은 배변활동이나 변비가 문제가 된다. 변비의 경우 직장에 머물러있는 딱딱한 대변이 직접 방광, 전립선, 골반근육과 신경을 자극해서 배뇨장애나 골반통의 원인이 된다. 또한 설사나 변비로 인해 잦은 배변활동 혹은 변비에서 대변을 보려고 과도하게 힘을 주게 되면 골반근육에 무리가 가고 경직되어 방광 및 전립선에 허혈성 장애를 일으켜 배뇨장애나 골반통의 위험요인이 되고 증상을 악화시킨다.

무엇보다도 요로기관에 위험한 것은 대변에 포함되어 있는 세균에 의한 침범이다. 소화를 돕기 위해 대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대변에 섞여서 배출된 후 항문 주위에 붙어 있다가 요로생식기계 감염의 원인균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요로생식기계 감염질환인 방광염, 전립선염, 신우신염의 가장 흔한 병원균이 대변에서 나오는 대장균(E.coli)이다. 여성들에게 흔한 방광염의 경우, 항문 주변의 장내세균이 질 입구 쪽으로 이동하여 증식하여 군집을 이루고, 성생활, 생리활동 등을 통해서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침입하여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소화과정을 보면 먼저 위에서는 산이 분비되어 음식물을 분해하고 묻어있는 대부분의 세균들이 파괴된다. 십이지장과 소장에서는 소화효소들에 의해 음식물이 잘게 부수어지고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한다. 대장에서 본격적인 대변의 생산이 시작되는데, 장내세균들이 탄수화물은 발효시키고 단백질은 부패시켜 분해하게 된다. 세균에 의한 음식물의 발효 및 부패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바로 방귀이다.

한 번에 누는 대변의 양은 100-200g으로 70-80%가 수분이며,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 찌꺼기. 세균, 섬유소, 무기질, 지방 등이 섞여있다. 대변 고형물의 1/2~1/3가량을 차지하는 세균은 100종류로 1g에 1011~1012개 정도가 들어있다. 대변에 들어있는 세균은 대부분 대장에 존재하는 장내세균으로, 유익균과 유해균이 있는데 비율은 85:15 정도이다. 유익균에는 비피더스(bifidus),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i) 등의 유산균과 박테로이드(bacteroid), 유박테륨(Eubacterium) 등 편성혐기성균이 있고, 유해균에는 대장균,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프로테우스(proteus) 등이 있다. 유익균은 소화와 흡수의 보조, 비타민이나 단백질 합성, 병원균의 억제 등의 역할을 하고, 유해균은 면역기능의 강화, 세로토닌(serotonin) 생성 등의 역할을 한다. 유해균은 장내 부패, 독소 생산, 발암물질 생산으로 설사나 장염 등의 원인이 된다.

현대인의 말 못할 고민 중 하나가 변비인데, 일주일에 3회 이하로 대변을 보는 경우로 다이어트 등으로 밥을 굶거나 운동 안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생긴다. 이러한 변비가 있으면 대변의 단위 부피 당 세균의 밀도가 높아져서 역시 방광염의 위험요인이 될 수가 있다. 해결방법은 끼니를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섬유소가 많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을 많이 먹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장운동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소변의 양만 늘려주게 되고 변비 해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방광염의 빈도가 높은 여성은 변비 예방과 함께 배변 후 뒤처리를 잘해야 하는데, 휴지로 닦는 방향을 앞에서 뒤로 하여야지 항문으로부터 질 쪽으로 세균의 이동을 줄일 수 있다.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