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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화장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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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6-09-15

 

 

화장실 이야기

화장실의 역사는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원시시대에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배변을 하였고 땅에 버려진 배설물은 자연적으로 처리가 되었다. 정착을 하면서 배설물을 처리하여야 할 필요에 의해 분뇨를 농경에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은나라, 페르시아, 멕시코, 페루에서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를 비료로 사용하였다. 가장 오래된 화장실은 기원전 3,000년, 그리스 미노스 문명의 발생지인 그리스 크레타섬의 크노소스궁전에서 발견되었다. 도기 변기와 나무 변좌로 되어 있고 아래에는 수로가 있어 물로 세척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비데를 갖춘 수세식 화장실이었다.

로마시대는 상하수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목욕 문화가 발달하였다. 화장실은 아래에 항상 물이 흐르도록 하여 배설물을 씻어 내리는 자연 수세식이었다. 공중화장실은 칸막이가 없어 사람들은 변기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로마 멸망 후 목욕탕과 화장실 문화는 쇠퇴하였다. 중세 유럽에 널리 퍼진 목욕을 위해 몸을 드러내는 것은 죄악이며, 목욕은 건강을 해친다는 잘못된 종교적 및 의학적 이유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거의 목욕을 하지 않아 몸에서 심한 악취를 풍겼다. 대신 향수가 발전하였지만 화장실을 만들지 않았고 야외에서 용변을 보고 실내에서는 요강을 사용하였다.

당시 유럽의 도시에서는 길거리에 분뇨와 쓰레기를 버리고 용변을 보는 것이 일상이어서 온 도시가 악취와 오물로 가득하였다. 여성들이 거리를 걸을 때 오물로 인해 치마가 더렵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무로 높은 굽을 만들어 신기 시작한 것이 하이힐의 유래이다. 17세기경에는 도자기로 된 야간 침실용 변기인 요강이 개발되어 일반 가정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아침이면 밤새 요강에 담겨졌던 분뇨를 창문을 통해 길거리에 던져버렸다.

현대적 개념의 수세식 변기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에 존 헤링턴이 여왕을 위해 고안했다. 이후 영국의 수학자 알렉산더 커밍이 헤링턴의 변기를 개선하여 물을 고이게 함으로써 밑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차단하는 장치를 부착하여 수세식 변기로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았다. 19세기말부터 화장실을 침실 옆에 설치하기 시작하면서 욕조와 세면기를 함께 설치하였는데, 현대식 형태의 화장실은 1852년 미국의 한 호텔에 처음 설치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고대 화장실의 유적이나 이후 화장실 역사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다. 농경이 정착되면서 퇴비로 이용하기 위해 분뇨를 보관하면서부터 되도록 후미진 곳에 화장실을 마련하였다. 땅에 커다란 항아리를 묻고 그 위에 두 개의 나무판을 걸쳐 가운데에 변을 눌 수 있도록 하였다. 야간에는 요강이라는 간이식 변기를 사용하였는데, 바닥이 넓적한 둥근 모양으로 유기, 청동, 청자, 백자, 도기, 자기, 오동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었다. 용변 후에는 짚이나 나뭇잎, 채소, 옥수수수염 등으로 뒤처리를 하고 분뇨와 함께 퇴비로 사용하였다. 수세식 변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 당시 특급호텔이었던 반도호텔, 조선호텔에 수세식 변기가 설치되었다고 한다. 좌식 양변기는 1945년 이후 호텔, 백화점, 빌딩 등에 설치되었고, 수세식 화장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개발이 한창이었던 70년대 중반부터였다.

공중화장실에서 좌식 변기만 설치된 여성용과는 달리 남성용에서는 좌식 대변기와 소변기를 따로 설치되어 있는데,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이렇게 하였는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대변이야 남녀 모두 앉아서 보아 왔지만, 소변은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이런 관습도 언제부터인지 확실치 않다. 예전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서서 소변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고, 중세유럽에서 여성들의 치마폭이 넓은 이유도 길거리에 서서 소변을 보기 위해서라는 속설도 있다. 비뇨기과적으로 자세에 대해 해석을 하자면 현대식 의복, 특히 속옷을 입게 되면서부터 방광과 요도의 구조와 생리의 차이에 따라 남녀의 자세가 달라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일부 여성단체 등에서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을 봐야 된다고 주장을 하고 또 실제 유렵이나 일본의 남성들 상당수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한다.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는게 전립선 건강이나 성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아직까지 이를 명확하게 증명한 연구는 없다. 다만 전립선비대증이 심해 방광기능이 약해졌을 때 앉아서 소변을 보면, 소변 시작하기가 용이하고 배뇨속도가 증가되어 잔뇨를 줄일 수는 있다.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