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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말초 신경 질환과 신경 전이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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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6-05-16

 

말초 신경 질환과 신경 전이술

 

“앉은뱅이를 걷게 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적을 행한다는 것을 대중에게 증명하고자 할 때, 자주 언급되었다. 그만큼 과거에는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기적’으로 불리던 일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하반신 마비는 보통 신경 손상에 의한 경우가 많으며, 손상 받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한번 손상된 신경은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아직은 현대 의학에서 정복하지 못 한 분야 중 하나이다.

신경계는 우리 몸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핵심적인 기관이다. 뇌와 척수를 중추 신경계라고 하며, 인간의 사고 및 감정을 포함한 정신 작용 뿐 아니라, 운동 및 감각 기능을 포함하여,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조절하고 있다. 이 때, 중추 신경계에 정보를 전달하고, 다시 중추신경계에서 내린 명령을 근육 및 장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초 신경이다. 즉, 말초 신경은 중추 신경과 장기를 연결하는 통로이며, 전기가 흐르는 전선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손과 발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차갑고 뜨거운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중추 신경과 근육, 피부라는 장기 사이를 말초 신경이 연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상 또는 다른 원인으로 인해 말초 신경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손과 발의 감각 이상이 생긴다. 감각 이상이라 함은 감각을 느끼지 못하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는 통증을 일으키지 않는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이나 통각 과민 증상 등도 포함한다. 보통 환자들은 손과 발이 저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생길 때, 바로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조기에 받으면 예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좋은 예후를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경 손상은 비가역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경 손상이 더욱 진행하면 운동신경까지 침범하여, 근육이 위축되고 손과 발의 변형이 발생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진행하여 병원을 방문하면, 일반적인 수술로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신경 전이술’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 연구되고 있는 신경 전이술은 기능적으로 덜 중요한 신경을 희생하여,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수술법으로 상지 기능이 마비된 환자들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경추 신경 및 상완 신경총 손상으로 상지의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마비된 환자에게 신경 전이술을 시행한 후, 상지 기능의 회복을 보여 좋은 임상 결과를 보고하였다.

예를 들어 경추 7번 이하의 신경 손상으로 사지 마비가 된 환자도 어깨나 목으로 가는 신경의 일부는 살아 있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신경의 일부를 마비된 신경 쪽으로 연결해주면, 신경 기능이 되살아나 팔꿈치를 굽히거나 손목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사지마비 환자에게 마비되었던 상지의 운동 기능을 회복 시켜주는 것은 휠체어를 이용하여 본인이 거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상완신경총 마비와 같이 근위부에서 신경이 손상되었을 때는 신경이 척수에서 손상되어 봉합을 하지 못하거나 봉합을 하더라도 손가락이나 손목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도 살아 있는 신경의 일부를 마비된 신경 쪽으로 연결해주는 신경 전이술을 시행하면 신경 기능이 되살아나 손목이나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아직은 신경 전이술이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하는‘기적’을 일으킬 정도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상지 마비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앞으로 많은 발전이 기대되는 수술 중 하나이다. 또한 주관 증후군처럼 비교적 흔한 말초 신경 질환을 방치하여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 손 근육의 위축이나 변형이 발생한 경우에 일반적인 수술법과 신경 전이술을 같이 시행하면 더욱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말초 신경 질환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심해지기 전까진 증상이 모호한 경우가 많고 혈관성 질환 등과 감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 저림과 같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견디거나, 그 원인을 중추 신경(뇌졸중, 척추 질환)에서 찾기도 하며, 당뇨병이 있으면 말초 신경 질환이 생길 수 있음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체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진단이 늦어지면 그 만큼 신경 손상이 진행되어 100%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 손이나 발 저림과 같은 감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말초 신경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김재광 이대목동병원 말초신경수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