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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자도 골반이 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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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0-11-12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자도 골반이 있다①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에 이어 2009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트랜스젠더 모델 최한빛이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 모두 성전환 수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신체적 구조가 바뀌었고 여성으로 법적 인정도 받았다고 하니 이제 트랜스젠더들도 당당하게 살 수 있을 만큼 개인의 행복을 포괄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대인 것 같다.

 

우연히 본 케이블 방송에서 최한빛이 자신의 매력포인트를 눈과 허리라고 했는데 같이 출연한 동료모델 역시 최한빛의 허리 라인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흔히 S라인으로 불리는 허리선은 여성 몸매의 대표적인 매력 포인트지만 옆에서 봤을 때 배꼽에서 시작해 아랫배와 치골을 거쳐 허벅지로 흐르는 골반선의 흐름은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부드럽다. 그 이유는 여자들만이 갖고 있는 자궁이 남자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골반 아래쪽에 위치한 자궁은 표주박 모양으로 임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란 정도의 크기다. 하지만 이 자궁으로 인해 남자들보다 골반 라인이 아무래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자궁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해친다는 얘기는 아니고 남성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또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되면 설령 복부지방이 축적되지 않는다고 해도 자궁에 의해 흔히 ‘똥배’라고 하는 아랫배가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사실 모델선발대회에서 골반 라인도 감안해 채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궁이 없는 트랜스젠더 모델들은 이런 면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의학적으로 골반(pelvis, 骨盤)은 허리 아래 엉덩이뼈를 의미하며 방광, 자궁, 직장 등의 장기가 골반 내에 들어있다. 영어 단어 pelvis의 라틴어 어원은 ‘물동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골반의 모양에 따라 만들어진 단어다.

 

여자에게 골반의 형태와 크기는 출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자세와 걸음걸이에 영향을 끼친다. 골반통이나 골반염 등 골반 관련 질환은 주로 여성에서 발생하는데 골반 내에 위치한 자궁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골반은 여성에만 있는 구조이고 관련 질환도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골반과 관련된 단어로 ‘골반바지’도 있는데,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여성전용바지인 걸로 생각하고 있다. 아닌가...?)

 

그러면 남성은 골반이 없을까? 또 정말로 골반과 관련된 남성질환은 없는 것일까?

 

골반 속에 담겨져 있는 장기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골반을 갖고 있다. 여자들만의 질병으로 알고 있는 골반통 역시 남자에게도 있는데 만성전립선염으로 알려져 있는 ‘만성골반통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만성골반통증후군이라는 진단명을 얘기하면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 골반통이라구요? 남자도 골반이 있어요?”

 

남자가 골반이 있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분들은 대부분 골반=자궁으로 혼동하는 분들이다.(이분들은 골반바지를 자궁바지로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여성의 골반통은 대부분 자궁과 관련이 있지만 남성 골반통의 중심에는 전립선이 있다.

 

비뇨기과 질환 중 요도가 짧은 여자들에게 방광염이 감기처럼 흔한 병이듯 만성전립선염은 현대 남성의 반이 평생 한번은 겪을 정도로 숙명적인 병이다. 하지만 아직 발생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쉽게 치유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질환이기도 하다.

 

방광염은 요도를 통해 방광에 침입한 세균에 의해 방광점막에 염증이 발생한 상태로 항균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감염질환이다. 만성전립선염도 의학적으로는 감염질환에 분류되지만, 비세균성 원인이 대부분으로 나이, 교육, 경제상태와 결혼 유무, 여가활동, 성생활습관, 정신-신경학적 장애 등이 관계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전립선염 분류에 의하면 검사에서 염증이나 세균의 감염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증상만을 보이는 비세균성·비염증성 만성전립선염인 ‘만성골반통증후군’이 전립선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의학상식 퀴즈 하나 풀어보시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하리수나 최한빛과 같은 트랜스젠더들은 여자로서 방광염이 잘 걸릴까? 아니면 그래도 전신이 남자였기 때문에 만성전립선염이 잘 걸릴까?

 

정답은 다음 칼럼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