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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급하다, 급해” 참을 수 없는 소변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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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0-04-02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급하다, 급해” 참을 수 없는 소변의 괴로움



#현정 씨는 자기도 모르는 묘한 습관이 있다. 어딜 가더라도 일단 화장실 위치부터 알아둬야 마음이 놓인다. 마렵기만 하면 참을 수 없는 소변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길까봐 외출하기 전에는 가급적 물이나 음료수도 마시지 않는다.

#대기업 중견간부 석현 씨는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출입문 가까이에 자리를 잡는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은근슬쩍 쉽게 나가기 위해서다. 그는 화장실을 자주 가기도 하지만 제때 가지 못해 몇 방울 지리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영준 씨는 소변을 참지 못해 시내버스를 타지 못한다.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목적지까지 가기도 전에 화장실 때문에 중간에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화장실에 가면 찔끔거리기만 한다.

#상수 할아버지는 자주 꿈을 꾸는데 갑자기 잠이 깨고 이후 바로 화장실에 가야한다. 그런데 정작 화장실에 가면 힘만 들어가고 소변은 나오지 않아 잠만 설치게 된다.

#대학 새내기 정연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묘한 습관이 있다. 시험 기간이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학교 마치고 집 가까이 오면 그전까지 아무렇지 않던 소변이 갑자기 급해져 집에 들어오자마자 허겁지겁 화장실로 달려가곤 한다. 대학생이 되면 없어지겠거니 했지만 여전하다.

#결혼 5년차인 창정 씨는 아내 때문에 걱정이 많다. 아내가 작년에 둘째를 낳고부터는 밤에 서너 번씩 화장실을 가는 바람에 제대로 잘 수 없어 상한 아내의 얼굴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영미 할머니는 복지회관에서 꽃꽂이도 배우고 사교춤도 배우고 동년배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재미에 빠져 있다. 그런데 소변 때문에 여간 성가시지가 않다. 소변이 마렵기만 하면 참을 수 없어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하고 종종 화장실에서 옷을 내리기도 전에 속옷이 젖어버려 남들이 알까봐 조바심을 낸 적도 많다.

나이와 성별·직업도 모두 다른 다양한 예를 들긴 했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소변을 자주 보고 참지 못하는 ‘과민성방광증후군’을 가진 환자라는 것이다.

최근 이러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 50대 이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현대사회의 정신적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보통 과민성방광증후군이라는 얘기를 꺼내게 되면 “어~~ 난 대변은 괜찮은데······”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시로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서 가스가 차고 설사나 변비가 반복되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혼동하기 때문인데 두 질환은 엄연히 다르다.

왜 똑같은 ‘과민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영어로는 ‘과민성대장증후군 (Irritable bowel syndrome)’과 ‘과민성방광증후군(Overactive bladder syndrome)’으로 표기되며 보다 정확한 표현은 ‘과활동성 방광증후군’이다. 하지만 공식적 진단명이 과민성방광증후군으로 돼 있어 여기서도 그렇게 쓰기로 한다.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 흔히 방광염이 아닐까 하고 착각하기 쉬운데 방광염은 외부로부터 요도를 통해 방광에 세균이 침입해 생기는 감염으로 과민성방광증후군과는 다른 질환이다. 하지만 과민성방광증후군을 가진 경우 이차적으로 방광염이 발생하기 쉽고 방광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거나 자주 재발되는 경우 과민성방광증후군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방광염과 달리 과민성방광증후군은 정신적 요인이나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의 잘못된 배뇨습관, 스트레스, 예민한 성격, 비만, 잦은 방광염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가 주요위험요인이고(나이가 들면 저절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 흡연이나 음주, 커피나 탄산음료처럼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등도 방광을 자극하기 때문에 위험요인이 된다.

정상적으로는 방광에 소변이 300ml 정도가 차야 신호가 오고 화장실을 가는데 반해 과민성방광증후군은 50~100ml만 차도 참을 수 없어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소변이 급한 현상이 시도 때도 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처하기 어려워 외출 시 불안함이 더 커지게 된다. 또 급하게 화장실을 가더라도 조금밖에 나오지 않고 보고 난 후에도 시원치가 않다.

소변을 참기 어렵고 자주 보는 자체가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냥 두게 되면 사례들처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수시로 화장실을 급하게 들락거리다보면 업무능력이 저하되고 밤에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되면 수면이 부족하게 된다.

결국 정신적으로 우울증과 수치심을 유발해 대인관계 기피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생활을 망가뜨릴 수 있고 학생들은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부진을 초래한다. 이와 같이 과민성방광증후군은 소변으로 인한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약물과 행동치료로 좋아질 수 있다.

나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몇 가지 생활요법만 열심히 지켜도 과민성방광증후군의 위험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며 카페인이나 탄산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다.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지나친 음주를 피하고 담배는 피우지 말아야 한다.

이 정도로 얘기하면 벌써 눈치 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과민성방광증후군의 예방법인데 특히 40대 이후라면 ‘갱년기’라는 위험요인 때문에 더더욱 신경 써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