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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아브라카다브라’ 마법의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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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0-02-24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아브라카다브라’ 마법의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지난해 여름을 달궜던 걸 그룹 중 하나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는 시건방춤과 함께 중독성 강한 주문을 노랫말로 내세워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국을 강타했다.

아브라카다브라에서 선정적이고 섹시한 시건방춤과 주문의 대상은 이미 다른 여자에게로 넘어간 남자다.

보통 ‘다른 여자’의 남자는 이미 떠나간 사람으로 치부돼야 하거늘 브아걸은 주문을 통해 ‘빙빙 도는 판타지’라는 자기최면까지 걸면서 기어이 갖고야 말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인다. 팬들은 이러한 불가능에 대한 욕망에 열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몸에도 브아걸의 노래에서처럼 다른 여자에게로 떠나간 남자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젊음’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들어 장수와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미 떠나간 젊음을 되돌려보려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아마 아브라카다브라 같은 주문이 효과가 있다면 누구나 시건방춤을 추면서 주문을 외울 것이다.(40대 아저씨들의 시건방춤이라...^^;;)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노화는 여러 가지 정신적·육체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여기에는 테스토스테론 등 호르몬 감소가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나이를 먹기 때문에 호르몬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화가 일어난다고까지 얘기할 정도로 호르몬, 특히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 있어 젊음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화에 따라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인해 남성들에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은 ‘폐경’으로 대표되는 여성갱년기와 비교해 ‘남성갱년기증후군’이라 부른다. 이때 성기능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이 테스토스테론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나이 들어 생기는 당연한 현상으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테스토스테론. 이 발음하기도 어려운 물질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면서 일반적으로 그저 남자의 성과 관련된 역할을 한다고 단순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호르몬, 안드로겐, 테스토스테론은 결국 같은 의미인데 이 테스토스테론이 우리 신체를 위해 하는 일은 너무나 많다.

남성으로서의 표현, 즉 남성다움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뇌, 피부, 골, 근육, 혈액 등 우리 몸 전체를 유지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남성의 섹스를 주관하므로 ‘성호르몬’이라는 이름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신체의 전반적인 건강, 의식, 욕망, 정신상태를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즉 테스토스테론은 성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우리 신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재충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물질인 것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하는 분들을 위해 의학적 설명을 보충하자면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 계열의 유기화합물로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생산되는 물질로 부신에서도 일부 분비된다. 물론 여성에 있어서도 부신에서 분비돼 역시 신체 유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남성의 갱년기는 나이가 들면서 고환기능의 저하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감소됨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촉진하는 원인으로는 음주, 흡연, 비만, 스트레스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는 30대 중반 이후 서서히 시작돼 각종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흔히 40대 이후의 중년남성들이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호소하는 증상 대부분이 남성 갱년기와 관련 있는 것이다. 즉 브아걸의 ‘떠나간 연인’처럼 ‘흘러간 젊음’이 되는 것이다.

만약 뚜렷한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무기력해지거나 삶의 의욕이나 재미가 없다면, 또 우울하고 짜증나며 성욕이 없고 발기력이 감소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단순한 나이 탓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인한 남성갱년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상태를 그저 ‘막연하게’ 느낌으로만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브라카다브라는 본래 중세 유럽에서 질병이나 불행으로부터 지켜달라고 사용한 주문으로 오한이나 열병의 치료 시에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영화나 소설에서는 브아걸처럼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는 주문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남성의 젊음 유지에 있어 테스토스테론이 아브라카다브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갱년기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실시하면 성기능 향상과 섹스에 관한 욕구가 예전과 같이 회복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다 활기차고 집중할 수 있으며 더 남성적으로 변화하고 힘찬 생명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중년남성의 삶을 확실하게 변화시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누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덤불도어 교장을 죽일 때 사용한 주문도 바로 아브라카다브라라는 것이다. 같은 주문이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도 되고 사람을 살해하는 무서운 주문도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테스토스테론이 아무 때나 적용되는 만병통치가 아닐 뿐 아니라 불로장생의 비술은 더더욱 아니다. 특히 일부 운동선수들이 적정수준의 몇 십 배 이상을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사실은 전문가의 적절한 검사 및 관찰과 함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정상수준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남성들로 하여금 최고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