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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긴 터널 같던 코로나19 이후,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온 호흡기 감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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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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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끝날까 싶던 코로나19 판데믹이 드디어 종식을 맞았습니다.

아직 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데

이런 판데믹의 흔적들은 곳곳에 남아 아예 없어지기는 요원해 보입니다.



코로나19 판데믹 기간동안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전국에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시행되었던 여러가지 방역 조치들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백신 접종이 아닌 철저한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이동 제한 등을 비약물적 조치들(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이라고 말하는데 코로나19 유행 추세가 잦아들면서 이러한 비약물적 조치에 대한 의무사항이 하나둘씩 해제되었습니다. 이러한 비약물적 조치들이 거두어지면서 판데믹 기간 중에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이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한 소아 환자들이 매우 많아졌고 병실이나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는 않더라도 기침, 콧물 등이 길게는 수개월간 끊이지 않는다고 병원을 찾는 소아 환자들도 많아졌습니다. 호흡기 감염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평균적인 연령도 다소 높아졌고 예년의 유행기간보다 훨씬 길어졌다는 점도 예년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사람들이 지난 3년동안 호흡기 감염에 노출되는 일이 적어지면서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하는 인구의 비율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지역사회 내에 호흡기 병원체에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연령에 걸쳐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겪고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의무적인 마스크 착용을 우리나라보다 약 1년 먼저 해제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작년 여름부터 이런 현상을 호되게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 같은 현상이 조금 늦게 찾아왔을 뿐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상황이며 이는 어쩌면 3년 간의 판데믹을 거친 인류가 지나가야 할 하나의 관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감기, 불청객만은 아닌 손님

코로나19 판데믹 후 호흡기 감염이 급증한 현상은 자연 감염을 통한 면역 획득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중증도가 높은 감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여러 종류의 병원체를 모두 백신으로 예방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비교적 중증도가 높지 않은 감염들은 직접 맞부딪쳐 싸우면서 방어력을 얻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최근의 상황을 보면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판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들 

코로나19 판데믹 기간 중에는 비약물적 조치들로 인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비롯해 호흡기 비말이나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감염 질환들의 발생은 대폭 감소했었습니다. 비교적 일정한 계절에 비슷한 패턴을 보여왔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의 유행은 지난 3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고, 폐렴구균 감염증과 살모넬라 감염증도 판데믹 이전보다 판데믹 기간 중에 그 발생이 감소했습니다. 반면에 황색포도알균, B군 사슬알균, 대장균에 의한 침습감염의 발생은 판데믹 전과 판데믹 기간 중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는 각각의 감염원들의 전파 경로 및 병의 발생 과정에 따른 차이임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외국의 한 연구에서는 판데믹 기간동안 감소하였던 소아 RSV 감염증이 판데믹이 끝나면서 급증하였고 세균 폐렴도 증가했음을 보고했습니다. 세균 폐렴의 주요 원인인 폐렴구균은 병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코 안 점막에 폐렴구균의 보균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같은 지역사회 내 소아들의 폐렴구균 보균율은 판데믹 기간과 그 전, 후에 비슷한 양상을 보인 반면, 세균 폐렴의 발생 빈도는 RSV 감염증 발생 빈도와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세균 폐렴(또는 폐렴구균 폐렴)의 발생이 폐렴구균 보균율보다 RSV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더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줄이면 세균 폐렴의 발생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합니다. 새로 개발되어 곧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RSV 백신의 효과도 눈여겨 관찰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서서히 유행기에 접어들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증이나 3-4년마다 우리나라에서 큰 유행을 만드는 마이코플라즈마 감염증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지 또는 중증 환자의 발생이 높은지에 대해 판데믹 이후의 역학적인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판데믹 기간과 이후 몇 년간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이 다음에 발생할지 모르는 판데믹 상황에 대한 대처 및 준비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소아 환자들과 소아 진료 인력에 대한 관심 필요

코로나19 판데믹 기간동안 아이들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의 영향은 비교적 가벼웠지만 여러가지 사회적 조치로 인한 영향은 막대했습니다. 판데믹이 지나간 직후 우리 아이들은 지난 3년간 겪었어야 할 바이러스 감염들을 짧은 기간 내에 한꺼번에 겪어내고 있으며 소아 진료 인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호흡기 감염의 유행 양상이 예년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마나 긴 기간이 필요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몇 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소아 환자들의 감염 질환의 역학적인 양상에 대해서 보건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며 소아 진료 인력 부족 상황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고군분투 중인 의료진들의 번아웃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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