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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야기

가장 흔한 직업병 피부질환의 산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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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0-05-28



초보 전문의 시절, 중소 규모 제조업체들에 대한 보건관리 위탁업무를 수행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보건관리자 선임 의무를 정해놓았는데, 자체 고용이 어려울 때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번은 작은 공장을 방문했는데, 생산과장의 바지에 무엇인가 묻어 있었다. 그는 “그때 피부병이 세척제 때문이라고 해서 청소 방법을 바꾸었더니 작업복은 좀 더러워지네요” 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 이전 방문 때 청년 노동자 여러 명의 손바닥에 접촉피부염이 발생했다. 과도한 세척제 사용이 문제로 판단되어 사용량을 줄이고 적절한 피부 보호구 지급과 착용 지도를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몇 달 만에 노동자들의 손을 다시 보니 한 명이 희미하게 증상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괜찮았다.


어느 모터 제조공장의 피부질환 집단발생 사건은 유감스러운 기억이다. 갑자기 피부병이 유행이라 하여 현장에 가서 노동자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립, 외관 불량검사, 세척 등에서 산발적으로 피부병이 발생했는데, 공통으로 직접 취급하는 화학물질은 없었다. 일단 보호 장갑을 하루에 두 켤레 제공하고, 피부질환 발생자는 회사 측 부담으로 근무 중 치료를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회사에 보고된 피부질환의 월별 발생빈도를 살펴보고, 설문조사도 했고, 취급하는 화학물질을 희석해 피부에 접촉시킨 후 반응을 보는 검사도 했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었다. 결국 작업 시 손동작을 본 뒤에야 제품의 연결 부위에 손이 닿으면 증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터 부품 납품업체에서 유래한 화학물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 군데를 방문했다. 두 번째 납품업체에서 본드 칠을 하는 노동자 여럿이 벌겋게 벗겨진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본드 성분을 확인한 다음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그 본드는 모터 도급계약을 할 당시 이미 정해진 것이어서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피부병의 유행은 그 제품이 단종되면서 1년6개월 만에 끝났다.


이런 피부병은 대부분 자극성 접촉피부염이다. 직업에 의해 발생한 경우 원인물질 노출을 줄이고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하면 회복된다. 알레르기에 의한 경우나 증상이 심할 때는 작업자의 업무를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세척제를 쓰는 노동자가 피부질환 문제 해결을 요구해서 회사 측의 요청으로 그 공정을 살펴본 적이 있다. 환자의 양쪽 정강이 전체에 화폐상 피부염이 매우 심했다. 같은 작업을 하는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고 과거에도 유사한 증상자는 없었다. 그 부서 노동자들은 세 가지 작업을 2주일 간격으로 순환하면서 일했는데, 세척 작업 외 다른 작업을 할 때는 환자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작업 전환을 권고했다. 2~3년 뒤 정기검진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다리를 살펴보니 희미한 흔적만 조금 남아 있었다.


피부질환은 가장 흔한 직업병의 하나이지만 산재 신청은 거의 하지 않는다. 직업성 피부질환은 흔히 화학물질에 의한 자극으로 발생하는데, 이는 열악한 작업환경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업성 피부질환은 방치하면 자주 재발하고 잘 낫지 않는다.


암 환자 가운데 화학물질에 의한 피부 증상자 있어

피부질환 산재 신청은 본인뿐 아니라 동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것이 ‘화학물질에 대한 부적절한 노출 상황’을 의미하는 경우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직업성 암 환자들 중에는 화학물질에 의한 피부 증상이 자주 있거나 장기간에 걸쳐 치료를 받은 경우가 꽤 있었다. 그때 그들이, 사업주가 선임한 보건관리자나 산업보건의를 만났다면 피부 증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산재요양을 받고, 작업환경도 개선할 수 있지 않았을까?




글·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