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건강이야기

지적장애인 노동자는 ‘힘들다’는 말을 않는다
파일
  • 파일이 없습니다.
  • 조회수 88
  • 등록일 2020-08-10



지난 월요일, 내가 일하는 부서가 이화건강검진센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역사회 노동자와 주민에 대한 국가건강검진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어 확장 이전 개소가 결정되었다. 국가건강검진이란,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모든 국민이 받는 일반 건강검진과 국가 암검진을 말한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사업주가 제공하는 유해작업자에 대한 특수 건강진단도 시행되고 있다. 그 밖에 연구실 종사자,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들도 각각의 직종에 관련된 법에 따라 유해작업에 대한 특수 건강진단을 받는다. 건강검진센터 개소가 기쁜 이유 중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검진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검진을 받으러 왔을 때, 공간이 협소해서 미안했고, 그가 다른 수검자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건강보험공단은 장애친화검진기관을 11곳 지정해놓았고 확대할 예정이지만, 장애인들이 건강보험공단 검진을 받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장애 노동자들은 유해작업에 배치되더라도 건강관리를 제대로 받기 어렵다. 장애인들은 실업이 더 무섭기 때문에 노출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장애인이 취업했다는 자체가 큰 혜택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 일할 권리와 건강권이 충돌되는 지점에 대한 논의는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장애인을 유해작업에 배치하는 것은 작업 현장에서 익숙한 풍경 중 하나다. 청각장애인들은 이미 손상된 청각에 소음이 더 이상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유로 소음 발생 부서에 배치되곤 한다. 의사소통을 위해 필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대기 줄이 길어져 기본 내용만 가까스로 파악하고 돌려보내면서 ‘수화를 배워야 하나’ 생각해보지만 부끄럽게도 지금까지 실천하지 못했다. 장애 노동자에 대한 특수 건강진단 지침을 정하고 장애 노동자 검진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자동차 부품 스프레이 도장작업을 하던 병역특례 청년 두 명을 만난 적이 있다. 한 명이 작업할 때 심한 두통을 호소해서 확인해보니 도장용 페인트 성분 가운데 하나의 대사산물인 소변 중 마뇨산이 기준치를 초과해서 검출되었다. 환기시설은 개선되었다. 그런데 같이 일하던 청년은 증상은 좀 있지만 괜찮다며 웃었다. 특수 건강진단에서 두통,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등이 있어 신경 행동검사를 실시한 결과 둘 다 이상 소견이 나왔다. 해맑게 웃던 두 번째 청년은 입사 전부터 지적장애가 있다는 게 확인되었고, 유해작업에 대처하는 능력 저하를 감안해 타 부서로 전환 배치하도록 권고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로서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다.


그들은 지적장애인 형제였다

그러나 다른 공장에서 세척작업 중 생식독성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지적장애 노동자를 만난 기억은 무겁게 남아 있다. 방독마스크를 꼭 쓰고 작업 뒤에는 바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최대한 그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관리자에게 적정 보호구 지급과 착용 지도를 당부하고 나오면서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어느 제지업체에서는 수백㎏의 중량물을 운반하는 사람들을 보고 관리자에게 무게를 줄여서 작업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더니, 작업자들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지적장애인 형제였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작업 위험성 평가를 특히 더 세심히 진행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는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당장은 산업보건 전문가들과 개별 사업장 관리자들이 장애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현장을 들여다보는 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관심과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